중국의 반도체 반부패 조사…시진핑 기대에 부응 못한탓

중국 시진핑 주석이 해외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으나,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반부패 조사를 시행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NYT) "시 주석은 2018년 4월 미국이 중국 통신전자업체 ZTE에 미국산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이 스마트폰과 전자상거래, 고속철도 건설 성공에도 관련 기술들이 모두 반도체 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2018년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시찰하며 임원들에게 반도체가 인간의 심장만큼 제조업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장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면, 정말 강한 게 아니다"며 중국의 부흥을 위해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반도체 기술에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려 하자 이런 메시지를 반복해 내놨으며, 결국 지난달 중국 반도체 주요 인사에 대한 반부패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시 주석이 기대한 만큼의 기술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거나 충분히 빠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NYT가 풀이했다.

조사 대상에는 자오웨이궈 전 YMTC 회장과 딩운우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총재 등이 포함됐다.

NYT는 "반부패 조사 이면에는 정부 주도 기술자립에 대한 시 주석의 비전과 반도체 산업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봤다.
크리스토퍼 토머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반도체 자립을 추구하는 정부는 냉혹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도체는 인간이 이뤄낸 최첨단의 성과물로, 국가 하나가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대만과 중국 양쪽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찰스 카우 반도체 전문가는 최근 한 언론에 "중국 기술회사 경영진에게 중국이 산업 리더가 되기까지 30년 또는 5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밝혔다.

NYT는 "시 주석이 이런 발언에 주목하기 보단 중국의 기술 약점에 집착하고 있다"며 "마오쩌둥 시대의 하향식 계획 경제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한 편,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지난 5년 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5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의 반도체 매출은 130억달러로 글로벌 시장의 3.8%에 불과했으나 지난 2020년 30.6% 성장하며 연간 매출액이 398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세계 시장 점유율 9%로 2년 연속 대만을 제치고 10% 수준인 유럽과 일본 뒤를 바짝 따라붙은 것.

다만 중국의 진전은 반도체 공급사슬의 하류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이 상류 기술을 확보하려면 몇 년이 아닌 몇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산업 복잡성 때문에 시 주석의 하향식 접근방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 관영 '과학기술일보' 류야둥 전 편집장은 지난 5월 인터뷰에서 "국가동원체제가 중국이 올림픽 금메달과 핵무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겠지만, 반도체를 만드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우한에 있는 한 반도체 기업에 방문해 기술 자립이 중국의 번영 토대이자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 생명선을 반드시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도시와 첨단기술개발지구, 기술기업, 연구자가 정부의 기술혁신 지침을 따를 수 있다면, 우리는 목표를 분명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