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CPI 8.8% 예상...물가 피크아웃 기대감
주거비 등 서비스 가격상승에 근원 CPI 반등 전망
“CPI 8% 후반이면 긴축 기조 바꾸긴 힘들 듯”
“컨센서스 상회 시 코스피 조정받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상점에 과일과 채소가 진열돼있다. 로이터 제공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긴축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번주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봇(기조전환)에 영향을 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10일에는 미국 7월 CPI가 발표된다. 컨센서스는 6월(9.1%)보다 진정된 8.8% 내외로 피크아웃(고점통과) 확인이 기대되고 있다. 7월 유가 조정과 가솔린 가격 급락이 에너지 물가 압력을 크게 완화해 상승률 둔화를 이끌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연초 이후 CPI가 계속 컨센서스를 웃돌았던 만큼 이번에도 예상을 벗어날 우려도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6.1%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3월 6.5%에서 6월 5.9%로 3개월 연속 둔화했으나 전월 대비로는 상승 전환된 영향이다. 재화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주거비로 인한 서비스 가격 상승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를 보이면서 경기침체 우려는 완화됐지만 긴축 강화 우려는 강화됐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52.8만명 증가하며 예상치(25만명)를 2배 이상 웃돌았다.
시장은 고용 호조가 소비의 견고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통화긴축이 더 강화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인상)이 단행될 확률이 34%에서 68%로 높아졌고, 미국채 2년물 금리도 하루 새 18bp 오른 3.23%를 기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CPI가 8% 후반 수준으로 발표된다면 그것만으로는 연준의 긴축 톤을 빠르게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시장 기대보다 더 매파적일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에 영향을 받는 근원 물가가 상승한다면 시장금리의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어 주목해야 한다”며 “전방위적 고용 회복은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 이는 미국이 수요가 이끄는 물가상승 압력에 계속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연준이 8월 긴급회의를 개최해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연준이 7월 물가지표를 확인할 것이기에 아직 8월 긴급회의 가능성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채 연구원은 “7월 CPI 발표치에 따라 증시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7월 CPI가 컨센서스나 그 이하로 집계될 경우 코스피는 2500대 안착을 시도할 것이며 성장주 매수가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반면 컨센서스를 웃돈다면 금리 변동성 확대로 성장주에 대한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며, 연준의 긴축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국내 증시도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이언트스텝 우려까지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용 호조가 강력한 긴축을 버틸 경제 체력을 증명해 9월 FOMC 75bp 인상 확률이 높아졌지만 벌써부터 기정사실화할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7월 CPI가 예상치에 부합할 경우 증시에서는 안도감보다는 단기적인 재료 소멸 인식이 우위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이언트스텝보다는 빅스텝(50bp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연준이 9월 50bp, 11~12월 25bp 금리인상을 단행해 연말 3.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7월 FOMC에서 연준이 경기, 고용, 물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 언급한 만큼 7월 CPI가 연준의 정책금리 예상궤적을 바꾸는 요인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9월 이후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봤다.
PPI-미시간대 지수로 물가안정, 소비심리 개선 확인한다면 베스트
이밖에도 10~11일에는 미국 연준 위원들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10일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 카시카리 미네아폴리스 연은총재의 회의 연설과 11일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의 블룸버그 인터뷰가 진행된다.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인플레이션 향방,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고용 및 주택시장 평가, 9월 이후 통화정책의 속도 조절 여부 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또 11일 미국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PPI는 3월 11.6%를 고점으로 완만한 둔화세를 보이다가 6월 11.3%로 반등한 가운데 추가 상승할지 주목된다. 생산자물가 압력은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분석된다. 식료품 PPI가 농산물 선물에 후행하고 에너지 PPI가 국제유가에 동행하는 점을 고려할 때 6월이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승훈 연구원은 “원자재/중간재 핵심 PPI 상승세 둔화에 시차를 두고 최종수요 PPI 상승률이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해상운임 하향 안정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일에는 미국 8월 미시건대 심리지수 예비치가 발표된다. 6월에 역대최저치인 50으로 급락한 후 7월 51.5로 소폭 반등한 바 있다. 이승훈 연구원은 “1년과 5년 기대인플레이션이 소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심리는 미약하지만 바닥을 통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상의 조합은 7월 CPI가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되고, PPI와 수입물가를 통해 물가안정 가능성이 커지고,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를 통해 소비심리 개선, 물가상승 우려 완화 기대가 커지는 선순환 사이클”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