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ED(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채권 매입을 감축 또는 중단하는 테이퍼링에 착수할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이 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자산(채권) 구매 프로그램의 축소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연준은 11월부터 매월 100억 달러의 재무부 채권과 50억 달러의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매입을 축소, 내년 중반 1200억 달러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일시 중단 또는 확대도 가능하겠지만 이 기간 금리는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혀 상당한 여지를 남겼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은 지난 30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으로 소비자 물가는 연준이 목표했던 2%를 2배 이상 초과한 4.4%까지 상승하고 양적 완화에서 출바발한 노동시장은 상충된 신호를 보이고 있다.
즉 퇴직률과 구인 기업, 급여 및 복리후생은 모두 비정상적으로 높은 반면 실업자는 지난해 2월 대비 500만 명이 증가, 노동환경은 좋아졌지만 일은 하지 않는 고용시장의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태에서 2008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2019년 이후 계속된 팬데믹에 따른 천문학적인 재정지출로 인해 주요한 투자자산 클래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분산과 탈중앙화를 모토로 하는 비트코인 가격도 연준의 정책 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지난 몇 개월 동안 이어진 양적 완화 정책 속에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각돼 어떤 투자자산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현재 테이퍼링에 들어간 연준이 향후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파월 의장이 물가상승 위험보다 고용시장 상황에 중점을 두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고용시장 상황이 더욱 개선되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는데 적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은 물가안정 정책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면 비트코인 시장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인 클라우디아 샴(Claudia Sahm)은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준이 지금까지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허용함으로써 이를 제어할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시 말해 단기적으로 파월 의장이 자신의 말에 충실해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계획대로 채권 매입을 마치면 내년 2분기까지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이퍼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 환경 또는 그러한 환경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위기만으로도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가상화폐 헤지 펀드 비트불 캐피털(BitBull Capital) 최고경영자 조 디파스퀘일(Joe DiPasquale)은 “역사상 최대의 양적 완화는 연준이 축소에 나서더라도 사상 최고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