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마지막 세법개정안…"재원조달 방안 어디갔나"

국회 예정처, 2021년 세법개정안 토론회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두고 야당 의원들과 조세·재정전문가들은 '재원조달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정부의 예측치대로라면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라 5년(2022~2026년)간 1조5000억원이 넘는 세수가 감소한다. 누적법 기준으론 5조7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추계(국회 예산정책처)도 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증세(增稅)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입기반 늘려라'…전문가들 일침

지난 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개최한 '2021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김태주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세부담 귀착 효과를 설명하며 "향후 5년간 1조5050억원이 감소한다"고 했다. 세수감소에 큰 영향을 준 부분은 국가전략기술(반도체, 배터리, 백신)에 연구개발(R&D)·시설투자를 했을 때 투자금액의 최대 '절반'을 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해주는 조세특례다. 전체 세수 감소 규모 중에서 대기업(8669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근로장려금 소득상한금액 인상도 주요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세입기반을 넓히는 작업은 부족하다는데 있다.

박영호 예정처 추계세제분석실장은 "정부가 필요로 하는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조세의 핵심 기능임을 감안할 때, 높아지는 복지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세수확보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확대된 조세지출의 일몰 계획을 준수하고 적극적 관리대상 조세지출의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를 웃도는 부분도 골칫거리다. 올해 국세감면율 예상치는 14.39%로, 국세감면한도는 14.3%다. 앞서 기재부가 이를 14.4%가 아닌 14.3%로 기재하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해마다 정부는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애초 예정대로 종료되는 비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며 "2021년 세법개정안에는 총 86개 항목 중 종료되는 항목은 9개에 불과해 근본적인 세수 확보방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확장적 재정지출 공언에도 불구하고 비과세·감면의 확대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정부의 조세지출 운영 기조는 재정지출, 특히 복지지출의 증가를 세수나 복지 수요의 '자연 증가분'에 한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근본적인 조세지출 재정비를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재정지출확대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는가'라며 같은 지점을 짚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적정한 재정지출을 위해서는 1회성의 것과 지속적으로 지출될 것을 구별해서 대비가 필요가 있다"면서 "5년차 세제개편의 한계인 건지, 정권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부주도의 세제개편하에서 임기말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세는 정치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그것이 필요하다면 그러한 개편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영 한양대 교수도 "올해 세법개정안은 세수 감소형으로 향후 증가가 예상되는 의무지출을 위한 재원 확충이 필요한 현실에는 부합하지 못한다"며 "확대된 또는 확대하고자 하는 의무지출은 증세 또는 조세지출 축소를 통해서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