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동학개미들 "대주주 양도세 3억원 기준 완화해야"

정부의 대주주 요건 10억→3억 완화 안에 동학개미 ‘반대’
기재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속 주식양도세·거래세도 논란

◆…대주주 양도소득세 요건 완화안에 대한 폐기를 주장하는 국민청원이 28일 오후 4시 현재 11만5000명을 돌파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정부가 추진하는 주식 관련 과세안에 대해 동학 개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대신 금융투자 소득을 과세하는 올해 세법개정안과 내년 4월부터 시행될 대주주 양도소득세 완화안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요건 완화안에 반대하는 청원에 11만명 넘게 동의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2023년까지 0.15%로 인하하는 대신 상장주식 등 금융상품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 차익을 손익 통산해 금융투자소득을 산출하고 5000만원 초과 시 20%, 3억원 초과 시 2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소득세법 시행령상 현재는 특정 종목을 지분율 1%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액이 10억원을 넘으면 대주주로 분류되지만, 내년 4월부터는 이 기준이 3억원으로 하향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상장사 대주주 기준을 2018년 4월부터 15억원, 올해 4월부터 10억원, 내년 4월부터 3억원 등으로 매년 낮추기로 했다. 내년 4월부터는 대주주로 본인과 직계가족 등이 보유한 개별 종목 주식이 3억원이 넘으면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22~33%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불리했던 투자 환경 속에서 개인만 더욱 옥죄는 조치라 항변하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코로나19 경제위기 속 한국 증시를 끌어올린 개인들에게 정부가 오히려 과도한 세금을 부과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달 말 투쟁선언문을 통해 “증권거래세 인하와 개인 주식양도소득세 확대를 위한 세제 개편안은 지엽적인 부분을 다 제거한 뒤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개인투자자=증세, 외국인과 기관=감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투연은 지난해 10월, 경실련이 주식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해 설립된 단체로 주식투자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이슈는 내년 4월부터 변경되는 양도소득세 관련 대주주 요건 하향 문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일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는 청원이 올라온 후 28일 오후 4시 현재 1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참했다.

청원인은 “조세부과 원칙 중 세금은 납세자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간단하고 명료해야 하는 확실의 원칙이 있다”며 “현행 대주주 양도세는 납세자 본인 자신도 주식양도세의 대상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10억에서 3억으로 하향되면 역대 최대의 개인물량이 출회로 패닉장이 올 것”이라며 “지난 2019년 말 대주주기준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변경 시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매물이 쏟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경제 규모로 봐도 주식 3억원 보유로 대주주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며 “600만 주식투자자도 반대하고 금융위원회와 여당 의원까지 모두 반대하는데도 오직 기재부만 독불장군 고집불통으로 3억원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투연도 지난 25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대주주 요건 햐향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투연 측은 “대주주 요건을 10억에서 3억으로 하향하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져 한 차례 패닉장이 올 것”이라며 주식양도소득세 관련 대주주 요건 금액은 현행 10억으로 2년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주 요건 하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드시 대주주 자격 완화가 유예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부동산에 쏠린 부동자금을 어떻게 하면 자본시장으로 옮겨올수 있을까, 한국 증권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특수관계인의 금액까지 합산하는 현제도의 타당성, 이익과 손실을 합해 계산하는 통산과세 미적용, 이월공제제도의 부재 등에 의문을 표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금융투자 소득세 도입 개정안. 출처=기획재정부

2023년부터 증권 거래세를 0.15%로 인하하는 대신 연간 상장주식 등 금융상품 거래 손익의 5000만원 초과 시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 과세에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 금융투자업계 등 각 주체별로 이해관계에 따라 조세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있었지만 증권 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는 방식이 불합리하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로 가뜩이나 개인에 불리한 투자 환경에 매도시마다 부과되는 거래세로 손해를 떠안는 구조였는데 주식 양도소득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이익을 낼 가능성을 더욱 낮게 만드는 과도한 조치라 비판한다.

한투연은 2023년부터 적용되는 개인 주식양도소득세 확대안은 외국인과 기관에는 해당되지 않아 조세 형평에 문제가 있다며 입법 철회를 요구했다. 대신 주식양도소득세를 현행 그대로 두고 증권거래세를 올리면 조세 형평에 맞을뿐더러 올해 들어 늘어나는 거래량을 볼 때 세수에도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말 정무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세제를 선진국 기준에 맞게 개편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 세제개편안은 일부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증권거래세 전면 폐지 로드맵이 빠져 있는 등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칙을 내세우며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래세와 양도소득세의 동시 과세는 이중과세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금융세제실 관계자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과 거래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과세 목적과 과세 객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중과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세 폐지는 지금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증권 거래세는 고빈도 매매 등을 통한 시장왜곡 대응 수단일 뿐 아니라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폐지를 한다는 것은 농특세를 없앤다는 것인데 이는 단순히 증권거래세 인하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큰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세제 전문가 중에서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과세하는 국가는 소수라며 한쪽에서만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둘 다 유지하는 것 보다는 하나만 과세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거래세와 양도소득세 중 한 쪽만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가 다수”라며 “구미권은 양도소득세만 부과하고 아시아권에는 거래세만 부과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는 국가는 프랑스를 들 수 있지만 이 조차 개인은 거래세를 내지 않아 우래나라의 거래세와는 형식이 많이 다르다”며 “우리나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과세하는 곳은 인지세 형태로 세금이 부과되는 영국 정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