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증권사 상반기 ROE 7.2%…전년비 3.0% 하락
유진 ROE 증가율 1위, 한투·한화·메리츠는 10%대 감소
20대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2%로 10%를 넘었던 지난해 동기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코로나19 충격 속 국내외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자기매매(PI) 부문에서 큰 손실을 본 여파가 컸다. 2분기 국내외 증시가 회복되면서 대다수 증권사 순이익이 V자 반등했지만 1분기의 실적 충격을 온전히 만회하지는 못했다.
1분기 실적 충격 속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몸집불리기 경쟁이 계속된 점도 ROE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키움증권은 동학개미운동으로 상징되는 거래대금 급증, 비대면 투자 붐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으며, ROE가 20%를 돌파해 선두에 올랐다.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상반기 적자를 기록, 2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ROE를 기록했다.
25일 각 사 별도기준 사업보고서 및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20대 증권사들의 상반기 연환산 ROE는 7.2%로 지난해 동기 10.2% 대비 3.0%포인트 감소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기초·기말의 자본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이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을 거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수익성 지표다. ROE가 10.2%에서 7.2%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자기자본 1만원을 투여해 1020원의 벌어들었지만 올 1분기에는 720원의 이익만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자본대비 이익 창출능력이 전년대비 70%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증권사들이 올 상반기 ROE가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 3월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면서 1분기 ELS와 PI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ELS 부문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자체헤지비용이 증가하고 조기상환도 지연되며 큰 폭의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3월들어 주가 폭락으로 자기매매 손실도 불어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반면 2분기 들어서 국내외 증시가 크게 반등하면서 1분기 손실을 상당부분 메꿨다. 상반기 극심한 증시 변동성을 틈타 주식시장에 거래대금이 급증, 증권사들의 전통적 수익원인 수탁수수료로 큰 이익을 냈다.
1, 2분기를 합친 20대 증권사들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957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2조5163억원 대비 22.2% 감소했다.
20대 증권사들의 평균자본은 54조3977억원으로 지난해 49조2525억원 대비 9.6% 늘며 ROE가 더욱 악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년간 대형사간 초대형IB 진출을 위한 몸집불리기 경쟁이 지속된 탓이다.
20대 증권사 중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의 ROE는 늘었지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15개 증권사의 ROE가 감소했다.
이 가운데 키움증권이 지난해 17.5%보다 3.3%포인트 증가한 20.8%의 ROE로 조사대상 증권사 중 유일하게 20%대 ROE를 기록, 선두에 올랐다.
자기자본 규모 업계 9위에 불과한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217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보다 27.0% 더 벌어들였다. 상반기 평균자본은 2조91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조9654억원 대비 6.4% 증가했음에도 순이익 증가율이 훨씬 커, ROE가 상승했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기반 증권사로 상반기 동학개미운동으로 상징되는 거래대금 급증, 언택트 투자 붐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상반기 리테일 부문에서 동학개미운동 여파로 거래수요가 많이 늘어난 부분이 컸다”며 “온라인 증권사로 타사와 비교해 지점이 없어 지출되는 고정비용이 작아 비용대비 1인당 생산성이 높은 부분 역시 20% 대 ROE를 기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4.4%의 ROE를 기록 2위에 올랐다. 온라인 증권사로 키움과 마찬가지로 규모대비 높은 ROE를 기록했다. 다만 상반기 순이익이 423억원으로 지난해 327억원대비 29.3% 증가했지만 지난 2월 12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로 자본도 같이 늘며 지난해 보다는 ROE가 0.1%포인트 줄었다.
유진투자증권은 20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ROE 증가율을 보였다. 이 증권사의 ROE는 올 상반기 11.4%를 기록, 지난해 4.8% 대비 6.6%포인트 급증했다. 여타 증권사들이 1분기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유진투자증권은 순익이 2배 급증했고, 2분기에도 200억원대의 순익을 기록하며 ROE가 크게 올랐다. 순위도 지난해 꼴찌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현대차증권과 IBK투자증권은 각각 10.7%, 10.0%로 10% ROE를 넘어서며 4~5위에 올랐다.
자본 4조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은 5위권 밖으로 밀렸다. 메리츠증권이(9.8%, 6위), NH투자증권(8.5%, 8위), 하나금융투자(8.1%, 9위), 미래에셋대우(7.1%, 11위), 한국투자증권(6.5%, 12위), KB증권(6.1%, 13위), 삼성증권(5.4%, 14위), 신한금융투자(2.8%, 18위) 순이었다.
1분기 실적 충격의 여파속에서도 자본 규모는 계속 커지며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 업계 순이익 선두를 기록한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모든 대형 증권사들의 ROE가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적자를 기록한 여파로, 지난해 18.5%에서 6.5%로 추락했다. 지난해 선두에 올랐던 메리츠증권의 ROE도 20.8%에서 9.8%로 반토막났다.
중형사중에서는 DB금융투자(4.9%, 15위), 대신증권(4.8%, 16위), 유안타증권(2.9%, 17위), 신영증권(0.8%, 19위), 한화투자증권(-1.1%, 20위)이 5% 미만의 ROE를 기록, 20대 증권사 중 하위권을 형성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1.9%~-3.7% 감소했다.
이 중 한화투자증권은 -1.1%로 2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ROE를 기록했다. 1분기 국내외 증시 폭락으로 ELS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며 38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2분기 흑자로 전환했음에도 1, 2 분기를 합친 상반기 순손실은 64억원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