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허용석 미래통합당 후보 블로그 캡쳐)
4·15 총선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던 두 명의 관세청장 출신 인사가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한 명은 제23대 관세청장(2008년 3월8일~2010년 3월22일)을 지낸 허용석 전 관세청장, 나머지 한 명은 최근까지 관세청장으로 일했던 김영문 제29대 관세청장(2017년 7월31일~2019년 12월12일)이다.
세제실 등 공직 대부분을 기획재정부에서 보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관세청장을 역임한 후 공직에서 물러났던 '경제통' 허 전 청장은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은평을 지역구는 이재오 전 의원이 15대 총선부터 보수 정당 소속으로 출마해 5차례 연거푸 당선된 지역구.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당선 깃발을 꽂았고, 허 전 청장에게 지역구 탈환 미션이 주어졌다.
애초 자신과 연고가 깊은 서울 용산 지역구 출마를 준비했던 허 전 청장은 우선 추천(전략 공천)을 받아 은평을 후보로 총선에 나섰다. 미래통합당이 친노·친문의 핵심 인사인 강병원 의원을 잡기 위해 세제·재정 분야 전문가인 허 전 청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허 전 청장은 30년 공직생활의 노하우를 활용해 은평의 숙원사업인 신분당선 연장, 제2통일로 건설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실행할 적임자라고 호소하는 등 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강 의원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선거판'은 냉정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언사 등이 빌미가 되어 경쟁자들로부터 수차례 공격을 받은 허 전 청장은 개표 결과 36.2%(4만9796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57.4%(7만8897표)를 얻은 강 의원의 재선을 지켜봐야만 했다.
◆…김영문 전 관세청장.
허 전 청장과 달리 김영문 전 관세청장은 '여당'이라는 강력한 힘을 등에 업은 채 총선에 나섰다.
특히 현 정권과 거리가 매우 가까운 인물로 알려지며, 기대감을 잔뜩 고조시켰다.
검찰 출신인 김 전 청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으로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의 고교(경남고) 후배이기도 한 김 전 청장은 퇴직 후 변호사로 근무하던 중 청와대 부름을 받고 관세청장에 임명됐다.
김 전 청장이 총선에 출마한다는 소문은 청장 재임 시절 내내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소문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지만, 출마 지역구로 예상된 자신의 고향 경남 울주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관세청 안팎에 퍼져 있었다.
관세청장으로 재임하며 휴일을 이용해 지역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한편, 지역에 거주지(아파트 임차)를 마련하는 등 물밑 출마 행보를 보이더니 소문대로 지난해 말 울주군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 그의 상대는 울산경찰청장 출신인 서범수 미래통합당 후보였다.
'검·경 대결'로 이목을 집중시킨 울주군 선거는 이 지역 4선 의원인 강길부 의원(무소속)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무주공산이 된 상황에서 일찌감치 현지에서 표밭을 일궈온 서 후보의 압승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 의혹 사건'의 여파가 있던 상황이라 통합당 지지자들의 결집이 초반 분위기를 압도했다.
김 전 청장의 분전도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 대응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며, 김 전 청장의 지지율도 막판 급상승했던 것.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울주군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김 전 청장을 지지하고 나서며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족한 시간이 문제였을까.
개표 결과 김 전 청장은 43.4%(5만4563표)의 득표율을 기록, 52.7%(6만6317표)를 기록한 서범수 후보에게 밀려 낙선의 고배를 들이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