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천지 대구교회 압수수색 영장 두차례 반려
지자체 "방역 방해 막기위해 강제수사 필요" 주장
법조계 "명단누락 고의성 입증위해 압색 필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숨은 교인들이 지자체 행정조사를 통해 추가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대거 발생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방역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뜻을 밝혔지만 신천지 측이 제공한 명단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환자 증가세가 꺾이는 추세다. 그러나 13일 기준 전국적으로 신천지 관련 발생 비율은 전체 확진자 중 59.9%로 다른 소규모 집단 감염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상태다.
신천지는 지난달 25일 교인 24만5000명 중 21만여명의 명단을 방역당국에 제공하고, 다음날 3만5000명을 추가 전달했다.
그럼에도 대구 한마음아파트 등 집단거주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계속 나오고, 확진된 교인들이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는 등 신천지 측이 방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추미애·지자체 "방역위해 검찰 강제수사" 요청
◆…경찰이 지난 12일 대구 남구에 위치한 신천지 대구교회의 행정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지자체와 방역당국은 행정조사 실시와 함께 검찰에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방역 방해를 입증해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신천지에게 방역 방해를 막고 협조를 강제하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검찰의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또한 16일 "경찰이 압수수색을 계속 요구했지만 검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천지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행정조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12일 행정조사를 통해 확보한 교인 명부 등을 분석한 결과 대구시에서 관리하는 대구 거주 교인 8528명보다 479명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방역목적 차원에서도 강제수사는 즉각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 장관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천지에 대한 강제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검찰에 직접 요청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신천지 압수수색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의견도 매우 높다. 지난달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압수수색 찬성 의견이 86.2%에 달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95.8%가 압수수색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검찰 "신천지, 고의성 소명 충분치 않아" 영장 두 차례 반려
◆…검찰은 대구경찰청이 신청한 신천지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고의성에 대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지난 1일과 4일 두 차례 반려했다. 지난 2일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이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신천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과 지자체, 방역당국의 압수수색 요청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미온적이다.
대구지검은 경찰의 신천지 대구 집회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지난 1과 4일 연속으로 반려했다. 방역이 우선이며 현 단계에서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구시는 지난달 28일 교인 명단을 누락해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신천지 대구교회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교회 자료를 강제로 압수해 정확한 신도명단을 파악하고자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두 차례 모두 기각됐다.
대구지검은 첫 번째 영장 반려 뒤 "신천지 대구 집회소가 교인 명단과 시설 현황을 일부 누락하긴 했지만 고의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역학 조사 방해 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며 영장 반려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검찰의 지시에 따라 신천지의 명단 누락에 대한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를 보완해 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결국 반려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한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검찰이 코로나19 대응팀을 꾸렸는데도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6일 기획조정부장이 팀장을 맡아 기존에 운영하던 '대검찰청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코로나19 검찰 대응본부'로 격상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본부장을 맡아 코로나19 관련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천지 압수수색을 제외한 다른 사건은 즉각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마스크 사재기 혐의를 받는 제조업체는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11일 신천지가 해킹 피해로 고발한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또 검찰은 한 신천지 피해자 단체가 지난 5일 이 총회장과 고위 간부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6부에 배당하기도 했다.
법조계 "명단 누락 '고의성' 입증 밝히려면 압수수색 필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지난 2월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서대문시온교회에서 방역업체 직원이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검찰이 다른 사건은 수사하면서도 신천지 압수수색에 미온적인 이유에 대해 검사 출신으로 대형로펌에 소속된 A 변호사는 "압수수색은 증거 수집이 목적인데 신천지에서 제대로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압수수색을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구체적인 사안을 알지 못하지만 검찰이 경찰에서 제출한 소명자료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A 변호사는 "신천지 교주의 횡령 등 고발된 사건에 대해서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개인적인 유용 혐의를 검찰이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로펌의 부장검사 출신 B 변호사는 "인신을 구속하기에 앞서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사안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압수수색"이라며 "그러나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와 강제수사 사이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라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 패널로 참여한 정필승 변호사는 "신천지 교회의 명단 누락이 고의인지 실수인지 어떻게 알겠냐"며 "압수수색을 통해 고의성이 드러나면 검찰이 기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은 수사상 정말 필요한 요건"이라며 검찰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의 선별적인 수사에 대해서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 사건은 끝까지 압수수색하고 뒤졌다"며 "이러니 우리나라에서 수천명이 감염되고 수십명이 사망한 전염병보다 '표창장'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2일 정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강압적 조치로 신천지 교인이 음성적으로 숨는 움직임이 확산되면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