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머니쇼' 생애설계상담에서 느낀 점

지난 11월 7일부터 3일 동안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부산 머니쇼」가 개최되었다. 2011년부터 「국제금융박람회」라는 명칭으로 진행되어 오다가 2018년부터 「머니쇼(money show)」로 변경된 이 행사는 부산시와 매일경제가 주최하는 것으로 금융기관 및 관련 기업과 소비자가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종합 재테크 박람회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생애설계상담 부스를 설치하여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고조시켰고 젊은 세대로부터 노인 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생애설계 상담에 적극 참여하여 부산시의 생애설계 확산에 기초를 놓았다.

서울시에는 50+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수도권은 유사한 형태의 생애설계 교육과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부산은 필자가 퇴직한 후 2년 동안 생애설계 교육과 생애설계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하여도 생애설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기업이나 지자체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척박한 환경이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생애설계상담사로 활동하면서 부산시민의 생애설계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사 기간 중 많은 관람객이 생애설계 상담을 받았지만 연령대별 상담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20대 대학생】
대학생은 개별 상담 또는 3~4명씩 집단 상담을 하였는데 남학생은 군대에 다녀온 후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이 많고 여학생은 졸업을 유예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상담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생애설계 8대 항목 진단 결과 재무와 커리어 부문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사회가 청년 실업률이 높고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취업 환경이다 보니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과 직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많았다.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지금의 20대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평생 직장이 없어지고 평생 직업으로 전환되었다. 평생 직업의 개념이 중요하고 직업도 하나를 가지고 정년까지 유지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본인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성찰하여 생애설계 전 부문에 걸쳐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해 주었다.

 【30대 직장인】
비영리단체의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30대 미혼 여성은 진단 결과 재무와 가족관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보니 직업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근심이 많고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부모로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 부모의 집이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나와서 살고 있다고 하였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은 소득의 규모를 떠나서 일정 금액은 무조건 저축을 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국민연금은 공적부조(公的扶助)의 개념을 가지는 제도로 금융권의 그 어떤 재테크 수단보다도 효과적인 저축임으로 임의가입 제도를 활용해서라도 꼭 가입하기를 권유했다. 결혼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되 미혼으로 평생을 살려면 노후준비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고 강조해 주었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소확행도 중요하지만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노후에 필수적인 3층 연금은 30대부터 장기간 준비하지 않으면 행복한 노후를 담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50대 중년】
젊어서 조선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했던 50대 중반의 한 남성은 지금은 퇴직하여 쉬고 있었는데 진단 결과 자원봉사와 가족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담자는 현장의 많은 경험을 활용하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하여 자원봉사 포탈이나 직업기술학교 등의 강사나 자원봉사 자리를 알아 볼 것을 권유해 주었다. 그리고 작업환경이 거친 조선업에 장기간 종사하다 보니 부인 및 자녀와의 관계가 소원한 것으로 나타나, 아직 미혼인 자녀들과는 좋은 시간을 가져보는 노력을 하고 부인과는 같이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아 인생 후반기를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조언해 주었다.

 【70대 은퇴자】
금융기관에서 지점장까지 역임하고 정년을 마친 70대 초반의 남성 은퇴자는 활동적이고 건강해 보였으며 외모도 나이 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active senior 였다. 진단 결과도 전체적으로 양호하게 나왔으나 커리어 및 자원봉사 측면에서 준비가 조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에 대한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찾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아직도 건강하고 사회에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지금의 사회는 본인의 생각을 받아들일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였다. 그래서 그 분에게는 금융 전문지식을 살리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진흥공단 등의 멘토 pool에 지원해 볼 것을 권고해 드렸다.

이번 「부산 머니쇼」에서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느낀 점은 20~3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생애설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짧은 상담 시간으로 인하여 심도 있는 생애설계 상담을 진행하지는 못하였지만 나름대로 내담자들의 현재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주고, 생애설계가 돈과 건강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영역에서 골고루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방법 정도는 알려 주는 계기가 되어 나름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서울, 수도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열악한 생애설계 부문에서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처음 시도한 생애설계 상담이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생애설계 확산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