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챙기기' 계열사 내부거래 많은 증권사? 현대차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순
내부거래 제외하면 적립금은 미래에셋대우 '톱'
하나금융투자 적립금 규모 나홀로 뒷걸음
지난해 증권사 가운데 그룹 내 계열사 간 퇴직연금 일감몰아주기 거래가 가장 심했던 곳은 현대차투자증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1000억원 이상 증권사의 자기계열사 간 퇴직연금 적립금이 9조55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31조8986억원의 29.96%에 달하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안으로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형사고발을 원칙으로 제재하는 재벌개혁을 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계열사 간 몰아주기가 심한 금융업계의 퇴직연금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증권사 가운데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가장 컸던 곳은 84.94%의 현대차투자증권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는 하이투자증권(27.37%), 하나금융투자(23.17%), NH투자증권(12.49%), 신한금융투자· KB증권(9.56%), 삼성증권(3.90%), 한국투자증권(1.19%), 대신증권(0.95%), 미래에셋대우(0.30%) 등의 순이다.
특히 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 내 계열 증권사에서 두드러졌다. 그동안 증권사 본래 역할보다는 계열사 퇴직연금을 몰아주는 역할에 불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현대자동차 등 계열사 퇴직연금의 84.94%를 관리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계열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6년말 7조4630억원에서 지난해 말 8조4945억원으로 1조원 넘게 불었다. 그동안 퇴직연금 일감몰아주기 질타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음에도 자기 식구를 대놓고 밀어준 셈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작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업계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섰지만 가족 간 거래 비중이 높아 의미가 퇴색됐다.
이 회사는 계열사 거래 비중이 컸던 만큼 지난해 적립금의 상당수가 법인 위주의 영업방식을 취하는 DB(확정급여형) 상품이 주종을 차지하고 있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시에 수령할 퇴직급여가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의해 미리 정해져 있는 방식이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작년 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6276억원 가운데 27.37%에 해당하는 1718억원의 적립금이 그룹 내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다만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전년 계열사 퇴직연금 1770억원에 비해 52억원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 거래비중도 1년 동안 0.83%p 줄었다. 이 회사의 전체 적립금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증권은 상대적으로 그룹 내 계열사 간 거래가 적은 편에 속했다. 삼성증권은 3조원 수준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3.90%인 1170억원을 계열사에서 가져왔다. 하이투자증권에 비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5배가량 앞서지만 계열사 적립금 규모는 오히려 적었다. 이러한 원인에는 그룹 내에 22조원이 넘는 퇴직연금을 운용 중인 삼성생명으로 일감이 쏠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금융지주 증권사 중에서는 하나금융투자의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타사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하나금융투자는 총 퇴직연금 적립금 3405억원 중 789억원(23.17%)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계열사 물량은 2016년 말 1087억원에서 지난해 말 789억원으로 298억원이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금융지주 증권사에 비해서는 높은 거래 비중을 나타냈다. 또 전년 대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107억원 줄면서 역성장의 한해를 보냈다.
NH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계열사 적립금이 2792억원에서 3168억원으로 376억원이 불어났다. 특히 기타가입자 부분 퇴직연금 적립금이 1년새 5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주목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의 경우 10% 수준의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을 나타냈다. 신한금융투자는 전체 1조9458억원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9.56%에 해당하는 1860억원이 계열사 분에 해당했다.
KB증권 역시 작년 말 1조2347억원의 적립금 가운데 10%에 달하는 1180억원이 계열사로부터 유입됐다. 총 적립금 중 DB형(8149억원), DC형(2567억원), IRP(1631억원) 등 고른 분포를 보였다.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는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크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계열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4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 퇴직연금 적립금 3조8350억원의 1.19% 수준이다. 이 회사의 총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현대차투자증권(10조9억원)과 미래에셋대우(7조6912억원)에 이어 업계 3위권을 나타냈다.
특히 1년 동안 전체 적립금을 2조8555억원에서 3조8350억원으로 9795억원 늘린 성과를 내며 선전했다. 전체 금융권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도 전년 대비 0.3%p 상승해 금융권 전체에서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특히 계열사 물량을 받는 현대차투자증권을 제외하면 DB형 적립금 증가액이 7112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는 지난해 퇴직연금 영업담당 부서를 늘리고 영업인력 확대를 통해 연금 사업에 집중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연금사업본부를 연금영업 1~4부와 연금운영부로 개편한 바 있다.
대신증권은 작년 말 6877억원의 적립금 중 65억원(0.95%)이 계열사 분이었다. 이 회사는 1년 동안 적립금을 1583억 늘린 가운데 이 중 계열사 기여액은 11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금융권 시장 점유율은 전년에 이어 0.4%대를 유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7조6912억원 중 99.70%가 비계열사 물량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회사는 계열사 물량을 제외한 경우 적립금 10조원을 돌파한 현대차투자증권을 제치고 적립금이 가장 많았다.
작년 적립금 증가분은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 퇴직연금)에서 각각 4476억원, 4873억원, 1832억원 등 고르게 발생했다. 특히 DC형은 저금리기조의 퇴직연금 시장이 투자형인 DC형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고 영업 전략을 펼치면서 지난해 가장 크게 증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의 1/12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하고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상품이다. 이 회사의 총 적립금 규모는 1년 동안 1조1296억원 증가함에 따라 시장점율도 0.1%p 소폭 상승한 결과를 얻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가입자 대신 전문가들이 시장 변화에 맞춰 알아서 운용해주는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해 지난 19일 기준 1년 수익률은 7~9%가 넘는 등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퇴직연금 적립금이 높은 증권사들이 개인영업 확대를 통해 비중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현재 증권사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