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소득, 기타소득 본질과 맞지 않는다"
오문성 조세일보 조세정책연구소장 주제발표
목사, 스님 등 종교인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을 '기타소득'이 아닌 '근로(사업)소득'으로 규정하고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소득세법에선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같은 과세체계가 세법의 일관성을 훼손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종교인 소득에 각종 필요경비 인정 혜택이 주어져 이들이 내야할 세금이 근로소득자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어 과세형평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일반 근로자(납세자)들이 적용받는 소득 구분에 종교인들도 포함시켜 납세의무를 지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문성 조세일보 조세정책연구소장(사진, 한양여자대학교 교수)는 지난 22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조세일보 조세정책연구소, 이종구 바른정당 국회의원, 한국조세정책학회 주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관 3층 오키드룸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제도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왜 종교인만 특혜 주나"
발제문에 따르면 현재 종교인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소득구간별로 차등적인 필요경비가 인정될 계획이다. 소득구간이 연 2000만원을 넘지 못했을 때 적용하는 필요경비율은 80%, 2000~4000만원 50%, 4000~6000만원 30%, 6000만원 초과는 20%다.
종교인의 선택에 따라 근로소득으로 선택이 가능한데, 이 땐 현행 6∼40%인 근로소득세와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런데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것을 두고 잡음이 많다.
기타소득은 퇴직소득, 양도소득, 종합소득 중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에 속하지 않는 소득으로, 이의 본질적인 성격은 경상적이거나 반복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오 교수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종교인이 주기적으로 종교단체로부터 금전을 받는다면 기타소득이 아니라 근로(사업)소득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소리다.
대다수 국가들이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를 근로자들과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 미국은 종교단체에 종사하는 사람을 성직자가 아닌 종교단체 근로자로 구분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캐나다, 영국, 독일 등도 일반인과 동일하게 소득의 종류에 따라 과세를 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도 급여를 받는 종교인은 근로소득으로, 급여를 받지 않는 종교인(개인사찰 등)은 사업소득으로, 종교인의 외부강의·일시적인 사례금 등은 기타소득으로 얼마든지 과세기준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현행 종교인 과세 규정은 소득세법의 전체적인 구조와 맞지 않으므로, 보통의 납세의무자의 소득구분과 동일하게 함으로써 세법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또 개신교를 중심으로 '과세 준비가 미흡하다'는 반발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종교인 과세 시행 시기는 내년 1월1일부터다.
하지만 실제 해당 소득에 대한 과세는 2018년 12월 연말정산이나 2019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이루어진다. 오 교수는 "해당기간 동안 실무적인 부분을 보완하면 된다"며 "종교인 소득에 대한 세법의 시행은 더 이상 유예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세무사찰도 기우(杞憂)다"
일부 개신교 측은 무분별한 세무조사에 따른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과세권이 발동된 이후부턴 세무 사찰이든지 종교 활동을 침해하는 문제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종교단체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종교인 과세가 세무조사에 악용되어 종교의 자유를 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무사찰이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근거는 있다. 이미 종교단체에서 수행하고 있는 수익사업에 대해 세무조사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국세청에서 이를 빌미로 세무조사를 수행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 오 교수의 설명.
오 교수는 "종교인이 소득세를 납부할 경우 그 누가 소득세를 탈세한다고 하면 그것은 개인에 국한 되어 조사되는 것이지 종교단체를 세무조사하는 것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등 8개 교단에서 각 교단 소속 목회자들을 위한 은급제도(연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개별적인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령화에 따른 연금고갈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은퇴목사회의 조사(2014년)에 따르면 은퇴목사 중 68%가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소득으로 신고한다면 4대 보험, 특히 건강보험과 연금부분에 있어서 혜택을 보지 못하는데, 오 교수는 이를 개선해 4대 보험의 혜택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