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수수료 후려치기로 인해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 지경으로까지 처하는 등 이대로 가다가는 오랫동안 운영해 온 관세사무소 문을 닫아야 할 상황까지 치닫게 될 것이라는 울분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관세사무소간 과당경쟁 구도에 수수료 최저가 입찰 경쟁까지 가열되면서 관세사무소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도 안나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임표 제일관세 대표관세사는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관세사 보수료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조세일보와 한국관세사회가 주관하고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광온 의원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정 관세사는 "현업 관세사로서 우리 관세사 업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사람이다"라며 "관세사도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사무실이 유지되려면 비용보다 수익이 커져야 한다. 관세사가 무너지는 것은 비용보다 수익이 작아져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5~6%를 차지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우리나라 무역의 86%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 기업들이 중간에 물류기업을 끼고 관세사 보수를 최저가 입찰 공고하는 행태가 이어진다면 관세사들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중견기업에 속하는 고객들이 거래처를 옮기면 서비스를 제공하던 관세사무소들은 수익보다 비용이 많아져서 문을 닫아야 한다"며 "그래서 인건비 이하의 수수료를 감내하면서까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관세사는 관세사들이 단순히 수출입 관련 서류 1장 작성하는 수준으로 인식, 적정한 보수료 지급을 탐탁찮게 여기는 기업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관세사는 "건당 최저 기본료 1만2000원을 받고 작성해주는 수출입신고서는 단순히 타이핑만 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관세법 등 57개 법률과 FTA 협정문 15개를 모두 고려해 공들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해질때까지 눈 빠지게 법률을 검토하고 서류를 작성하지만, 이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하기 때문에 낮은 보수료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관세사들은 국가, 공익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는 점을 상기시킨 정 관세사는 "우리 사무소 고객 중에도 대기업이 2군데 있는데 이들이 그동안의 거래관계를 정리하고 최저가 입찰을 하자고 하면 사무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관세사 보수료를 법률로 보장하도록 국회에 요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