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의 위엄?'…"금융거래정보 요청 때 99% 심의 통과"

이른바 '특금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 3년차인 지난해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민안전처 국가정보원이 요청한 '금융거래정보'는 사상 최대인 총 3만619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만525건이 건네져 99.7%의 제공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가기관의 이 같은 금융거래정보 요구건수는 특금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2년의 1848건 보다 16배 폭증한 수치로 밝혀졌다.

박 의원은 “올 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1만8631건의 국가기관 요청에 1만8350건이 제공돼 관련 비율은  98.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올해 국가기관에 제공된 금융거래정보의 건수는 지난해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월별 평균 정부의 금융거래정보 제공 요구 건수가 2014년 2113건에서 2015년 2551건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 들어서는 월평균 2661건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제시했다.

박찬대 의원에 따르면 특금법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정부 주도로 제정돼 2013년 11월 13일 본격 시행됐다. 이전까지 조세와 관세 범죄조사 목적으로만 제공되던 금융거래정보를 국세 및 관세, 선거법, 테러혐의 등과 관련해 의심 또는 체납만으로도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 특금법의 핵심적 내용이다.

법 시행이후 국가기관의 금융거래정보 요구와 제공 건수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박찬대 의원은 이날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는 이 같은 금융거래정보 요구건수의 폭증에도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정의실현 여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발표된 민간 연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지하경제규모는 161조원, 조세회피 규모는 55조원으로 추산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26개국 지하경제 비중 평균인 7.66%보다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조세회피 비중도 한국을 제외한 25개국 평균 2.86%보다도 높은 수치라는 것이 박 의원의 분석이다.

박 의원은 특히 “(금융거래정보) 심의위원회가 국가기관들의 금융거래정보 요청에 대해 심사토록 하고 있으나 요구건수 대비 제공건수가 99% 수준으로 거의 대부분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대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금융거래정보는 특정인의 경제적 상황은 물론 인간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는 핵심적 개인정보”라고 언급했다. “특금법을 통해 조세정의실현과 지하경제양성화를 이루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큰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 되레 금융거래정보 요청만 무차별적으로 수집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박 의원은 이어 “금융위와 심의위원회에서 금융거래정보 제공이 잘못됐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시행령을 변경하고 단순의심에 따른 정보요청에 대해서는 요구를 거부하는 등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