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저항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
'의혹만으로 사퇴불가' 인사스타일+레임덕 가속화 우려
野 '우병우 사퇴' 총공세…與 비박계도 촉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의혹 파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우 수석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저항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또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겉으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에 대한 언급이지만, 갖은 의혹 속에 있는 우 수석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청와대 안팎의 해석이다. 우 수석은 전날(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1시간 가량 자신의 의혹에 대한 부분을 해명하며 '사실 무근'임을 강조했다.
□ '우병우 힘 싣기' 나선 대통령, 의혹만으로 사퇴 불가 = 박 대통령이 직접 '굴하지 말 것'을 강조하며 '소신'을 내세우는 것은 우 수석이 잘못한 것이 없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측근 문제나 의혹 등이 불거지고 논란이 될 때마다 인사 혁신을 통한 국면전환 보다는 '감싸기'를 해왔다.
앞서 지난 2014년 말 정국을 뒤흔든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교체를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이) 과학적 기법까지 총동원해서 수사한 결과, 문건 파동은 허위이며 조작이라고 밝혀졌다"며 "교체할 이유 없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우 수석이 '100% 허위사실'이라고 말했으니 그걸 그대로 믿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의혹만으로 사람을 교체하는 스타일이 아니잖나"라며 "박 대통령은 본인의 호불호에 따라 인사를 하지, 의혹이 있고 논란이 커진다고 바꾸지 않는다"고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지적했다.
□ "아직 1년 반이나 남아" 레임덕 가속화 우려 = 특히 박 대통령의 '우병우 힘 싣기'는 임기 말로 향하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4.13총선 이후 레임덕 시기를 맞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박들의 총선 개입 녹취록이 파문을 낳고 있는데 이어 측근인 우 수석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언론과 야권의 압박에 의해 우 수석이 사퇴하거나 해임할 경우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몰라도 논란이 커진다고 사퇴를 시키면 임기 말에 더 청와대가 위축될 수 있다"며 "그래도 1년 반이나 임기가 남았는데 친박들의 '호가호위'에 사정 권력의 핵심인 우 수석마저 사퇴하면 정부가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野 "우병우 해임, 수사 받아라" 총공세…공수처 신설 압박 = 하지만 야 3당이 우 수석의 즉각적인 사퇴와 해임 등을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선데 이어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정의당 야 3당은 일제히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며 고위공직자 비리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내세웠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우 수석이 보도자료를 뿌리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할 수 있는 수준은 넘었다"며 "여당 의원도 사퇴를 요구하는데 더 이상 버티는 건 무의미하다. 즉각 사퇴하고 수사에 응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수석이 굳이 자리에 연연하겠다면 소명의 기회를 드릴 테니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국민 앞에서 상세히 밝혀라"고 압박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박 대통령을 겨냥하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인데 우 수석 의혹은 박근혜 정권의 비도덕성이 만연한 증거"라고 일갈했다.
이재경 대변인 역시 "청와대와 우 수석은 시간 끌기와 버티기식 변명이 국민적 의혹만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제는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해임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우 수석의 해임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 수석이 사퇴해야 박 대통령도, 검찰도, 본인도 살 수 있다"며 "우 수석은 자연인 우병우로 돌아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상무위원회를 열고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즉각 해임하고 법무부 장관에게 특검을 지시해야 한다"고 '우병우 특검'을 촉구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공수처법을 제출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에 공수처 신설 법안 공동발의에 동참할 것도 촉구했다.
□ 與, 비박계 '자진사퇴' 압박…친박계 '지켜보자' = 한편 새누리당은 우 수석 의혹이 박근혜 정부 레임덕을 더 가속화시킬 것을 우려하면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입장이 나뉘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진 비박계 당권주자들은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비박계 나경원 의원도 KBS 라디오에 나와 "본인은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보이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우 수석 본인이 거취를 결정해주면 정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친박계 당권주자인 이주영·한선교·이정현 의원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