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관련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야권은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우 수석의 경질과 검찰 수사를 거듭 압박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공식적인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일각에서 청와대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 수석은 '넥슨-처가 부동산 1300억대 거래'의혹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몰래 변론' 의혹, 진경준 검사장 비리 사실을 알고도 감찰본부로 넘기지 않은 의혹까지 제기됐다.
우 수석은 이에 대해 "100% 허위보도"라며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펼칠 뜻을 밝혔지만 이날 의무경찰(의경)인 아들의 '꿀보직 전출' 의혹까지 드러나 우 수석의 도덕성 문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의무경찰인 아들은 복무 2개월여 만에 의경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지방경찰청(서울청)으로 전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박 대통령을 향해 우 수석의 경질을 촉구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연일 민정수석에 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찌라시 수준의 보도라고 말하고 빠져나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 수석을 겨냥했다.
이어 "실제 검찰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을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지 국민들에겐 의문"이라며 "설사 민정수석의 해명이 사실이어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합당하다, 자리에 연연해 대통령 치마폭에 숨어있을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우 원내대표는 "(우 수석은) 즉각 사퇴하고 제대로 된 조사와 수사에 응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다면 민정수석을 보호하려다 정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우 수석 경질과 검찰의 신속한 수사 진행을 촉구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우 수석 관련 의혹을 열거하며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정치공세와 국정 흔들기라는 주장을 하느냐"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민정수석은 사정기관의 최고 사령탑이고 검찰 인사권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라며 "이런 사람이 현직 민정수석으로 있는데 어느 검찰이, 어느 검사가, 간이 커도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이 결단할 때"라며 우 수석의 경질을 압박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우 수석의 경질을 촉구했다.
박 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우 수석은 진경준 등 검사장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책임만으로도 이미 해임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 검사장의 감찰 무마 의혹과 (넥슨 관련) 혐의가 무려 110여 일 동안 세상에 알려졌지만 검찰에서 아무런 감찰도 수사도 하지 않은 것에 청와대와 우 수석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대국민사과를 했는데도 우 수석이 버티고 있는 것은 우 수석이 그보다 위에 있는 '권력 금수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 금수저인 우병우 사단을 시급히 제거하고 전면 개각을 단행해야 레임덕 폭탄을 막을 수 있다"고 우 수석 경질을 압박했다.
비대위원인 주승용 의원도 "이번 진경준·우병우 게이트는 법무부장관만이 사과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검찰계엔 우병우 라인이 대거 포진해 권력의 정점에서 인사와 사정 등 모든 권력을 전횡하고 있다고 한다"며 "우병우 라인의 구체적 실명과 직위까지 언론에 보도돼 우 수석이 제 역할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지도부 회의에서 우 수석과 관련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
다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우 수석 관련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에게 신속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부담을 덜기 위해 우 수석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의혹이 하나 둘이 아닌데 허위사실이라고만 말할 게 아니다"며 "책임감있게 물러나서 대통령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