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주어야 할 한국조세사

국세청 발족 50년을 즈음하여 국세청50년사가 나왔다. 1966년에 설치된 국세청은 갑오개혁 이후 도입된 근대세제 120년의 역사에서 세정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되었다.

농업경제를 기반으로 한 동양식 세제는 19세기말 서구 열강의 동양진출에 의하여 서양식 세제로 대체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서구의 세제를 근간으로 하는 글로벌 모델이 세계 각국에서 자리 잡게 되었다. 조세의 역사는 우리 사회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 근대 조세역사 속에 우리나라 근대 격동기에서의 국가, 사회의 변혁과 그 대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세제는 동양 세제의 전범이 된 중국의 조용조(租庸調)의 틀에서 운용되어 내려왔다.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물에 의하여 조선시대에 이미 수준 높은 세제가 마련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서 전세는 조세의 근간이었으므로 가장 중요한 세제였다.

이제 세간에 많이 알려졌지만 세종 때의 전세개혁안인 공법(貢法)은 무려 17년간의 여론조사, 시범실시 등을 거쳐 시행되었다. 그 과정은 조선왕조실록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여론조사 참여자의 실명까지 나온다. 세종의 공법개혁 과정은 최근 오기수 교수에 의하여 “세종 공법”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금년 대한민국 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그 이후 공법은 연산조 이후 무너지기 시작하여 이를 대체하는 대동법이 100년에 걸쳐 여러 차례의 보완을 거쳐 자리를 잡게 된다. 조선조의 유교적 왕도정치의 이념 아래에서 백성을 위하여 마련된 조세법과 징수제도 속에는 우리 고유의 조세정서와 문화가 투영되어 있다.

임란 이후, 그리고 조선조 말에 시대적 상황으로 조세제도가 흔들렸으나 오늘의 우리가 거울삼을 만한 조세사상도 많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선조들의 조세에 관한 경험과 정신의 유산은 오늘에 이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근대세제의 도입으로 우리 고유세제는 잊혀 졌고, 고유세제를 연구할 기반도 갖추어지지 않아 연구자들이 나오기 어려웠다.

당연히 조세법 교육에서도 한국세제사를 다룰 문헌이나 학자도 없었다. 그 때문에 조세입법과 조세집행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이를 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다행하게도 2014. 9. 20. 우리의 조세사를 연구하여 온 오기수 교수를 비롯한 학자 몇 분이 주도하여 한국조세사학회가 창립되었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좀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된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학회의 참여 회원은 많지 않지만 2015. 11. 그 동안의 학회활동을 토대로 조세사학연구 창간호가 발간되었다. 창간호에서는 조선시대의 조세 역사 교육, 한국여성세무사회의 역사, 한국전쟁 후 UN의 한국세제에 관한 보고와 건의, 조세 관련 연구 방법 등을 주제로 한 논문이 실려 있다. 고유 세제와 근대 세제를 아우르는 주제이다.

앞으로 양자의 접점을 찾는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우리 고유 세제사는 한문에 능한 세법전공가가 아주 드문 현실에서 그 기반을 확충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조세사학회는 오는 11일 2016 춘계학술대회를 연다. 발표주제에는 “19세기말 서양의 조세사상과 유길준의 서유견문”, “이순신의 둔전경영과 해로통행첩 시행에 관한 연구”가 포함되어 있다.

주제만 보아도 흥미롭다. 세법학, 세무학에 관심이 있는 학자, 실무가가 예전보다 층이 두꺼워졌다. 이제 우리도 한국 고유세제에 대한 연구와 해석을 통하여 그에 담긴 정신을 세법에 스며들게 하는 작업을 시작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 많은 분들이 한국조세사에 관심의 눈길을 보내 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