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靑 '직권상정' 거듭 요구에 "내 성이 바뀌지 않는 한..."
'뚝심의 조율사' 정의화 국회의장(사진)의 '원칙'이 청와대의 입법권 훼손 논란을 지켜내고 있다.
거듭되는 청와대의 직권상정 압박을 국회법 원칙을 내세우며 단호히 맞서고 있는 것.
정 의장은 17일 청와대가 거듭 직권상정을 압박하자 "내 생각은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변할 수가 없다. 내가 성을 바꾸든지 다른 성으로..."라고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의 경제활성화-노동5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요구를 정 의장이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정 의장이) 주요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 의장은 "아주 지당한 말씀인데 그런 정도는 국회의장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데 구태여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 의장은 '청와대의 압박이 불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뭐 불쾌하다고 해서 좋아질 거 하나도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전혀 압박을 못 느낀다"며 "다 나라 걱정해서 하는 건데"라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해임결의안 등으로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그럼 해임 결의안이 통과되면 제가 안하면 되지요"라고 말하면서도 "해임이 쉽게 되겠나. 어제 156명 연서로 가져왔던데 156명에게 내가 일일이 체크 해볼까요. 다 도장 찍었는지"라고 꼬집었다.
정 의장은 당 지도부가 거듭 자신을 찾아와 직권상정 시위를 하고 있는데 대해 "나를 찾아올 시간이 있으면 각자가 상대 당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설득하면 좋겠다"고 힐난했다.
다만 양당 대표 중재 회동 여부에 대해선 "내일 이만섭 의장님 영결식을 치러야 하니까 내일 중으로 한번 만나는 게 적절하지 않겠나"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 안철수 탈당, 중도우파 수렴 새누리에 '타격'…칭찬하다 맹비난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인한 정치적 '타격'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닌 새누리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반등한 반면, 새누리당은 하락해 그 지지율을 안철수 신당이 흡수한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실시, 17일 발표한 '4·13총선 지지정당후보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지난 14일에 비해 2.7% 하락한 35.2%, 새정치연합은 4.5%p 상승한 28.0%, 안철수신당은 2.6%p 하락한 16.5%를 각각 나타냈다.
새누리당의 경우 14일 37.9%로 출발했으나 16일 35.2%까지 하락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의원 탈당 여파로 23.5%도 떨어지다 이후 지지층이 결집해 16일에는 28.0%까지 상승했다. 안철수 신당의 경우 19.1%로 출발했지만 새정치연합의 추가 탈당 소식이 주춤해지며 16일 16.5%로 낮아졌다.
안철수신당을 포함하지 않은 16일 당일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40.5%, 새정치연합 30.7%로 나타났다. 안철수신당이 조사에 포함되면서 새누리당 지지층의 5.3%p가,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2.7%p가 빠져나간 셈이다. 야권 결집으로 새정치연합의 '마의 고지'인 30%가 돌파된 것이다.
이번 주 중 집계에는 19세 이상 유권자 1682명이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참여했다. 응답률은 6.2%(자동응답 5.2%, 전화면접 22.6%)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4%p다.
안 의원의 탈당 여파로 새누리당은 안 의원 탈당을 칭찬하다 '공격모드'로 전환했다. 야당 내홍이 여당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중도우파의 이탈로 나타나면서 잔뜩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의원이 탈당한 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을 연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 의원이야말로 우리 정치에서 철수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원 원내대표는 "개혁하겠다고 말만 앞세우고 아무런 개혁도 못 하고 무책임한 비판만 쏟아낸 게 안 의원이 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는 민생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한 것을 두고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건 무책임이고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총선이 120일 남았는데 이 짧은 기간에 언제 창당하고 전국 현안을 어떻게 파악해 정책 공약을 마련할 건가"며 "또 뜬구름 없는 정치 구호의 정치 전략에 국민은 속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난 13일 안 의원이 탈당하자 야권연대를 경계하면서도 그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안철수 의원은 역시 똑똑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어떤 진정한 가치를 추구했다기보다는 솔직히 정치술·선거전략 이런 것을 많이 습득한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