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국회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했다. 다만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서는 "연말연시에 심사기일을 정하겠다"며 직권상정 방침을 밝혔다.
"선거구 획정안, 연말연시 직권상정"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압박을 가했던 쟁점법안 관련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법 85조에 따른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조건을 강조하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 (직권상정이) 가능하다. 과연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 하는 것 자체에는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개인도 그렇고 자문하는 전문가들 의견도 같다"며 "어제 제가 청와대에서 메시지가 왔기에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좀 찾아봐달라고 오히려 제가 부탁했다"고 청와대와 여당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가 법적근거가 미비함을 꼬집었다.
정 의장은 "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어디까지나 법에 따라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여러분께서는 제가 안 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란 것을 꼭 잘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의장은 앞서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후보자 예비등록일 전날(15일)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거구 획정안에 한한 직권상정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연일 정 의장을 향해 '경제위기'를 강조하며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특정 안건의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 의원과 합의 등으로 제한적이다.
정 의장이 선거구 획정안에 한해서만 '직권상정'을 시사한 것은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이 최종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1월1일부터 현행 선거구는 모두 무효화되어 예비후보도 등록 자격을 상실해 지역구와 예비후보가 모두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의 처리가 늦어질 경우 내년 총선에 혼선이 빚어져 이를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요소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판단에 "의장의 직무유기"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특히 전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정 의장을 찾아가 "테러방지법, 노동개혁 5법, 서비스법 등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법들은 외면하고 선거법(선거구 획정안)만 (직권상정 해) 처리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제가 재경위원을 6년 했고, 지금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상당히 어렵단 건 누구보다 인식을 하고 있다"며 "어제 산업자원부 장관을 불러 얘기했지만 서비스산업발전법이나 원샷법이라는 기업촉진법 등 쟁점 법안들이 가능한 여야가 원만하게 의결되길 바란다는 뜻을 충분히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원내대표들이 각 해당 상임위원장과 간사들, 의원들에게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서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논의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저는 합의가 이뤄져서 원만하게 임시국회 동안 법안을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거듭 여야 합의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안 문제와 관련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말연시에 심사기일을 정하겠다"며 직권상정 방침을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법상 의장이 선거구 획정에 대해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지만 손 놓고 있으면 입법 비상사태로 지칭할 수 있는 날이 오기 때문에 국민 앞에 의장으로서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국민의 참정권이 중요한데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도 선거구가 획정 안 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