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정부는 주민세 인상안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비록 담뱃세 인상 등 증세 논란에 가로막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복지 예산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지자체의 재정상황으로 볼 때 주민세 인상안은 언제든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주민세는 동네 청소도 하고, 다리도 놓고, 도로포장도 하는 지자체에 주민들도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처음 부과됐다.
당시 부과됐던 주민세는 개인 균등분으로 따졌을 때 1세대당 인구 500만 이상 도시는 400원, 50만 이상 도시는 200원, 군(郡)은 60원이었다.
이후 가파른 물가 상승 속에서도 주민세는 1977년, 1980년, 1995년 각각 800원, 1500원, 1800원 이렇게 세 차례(50만 이하 시 기준)만 올랐다.
그러다 1999년 정부는 1만원 이하에서 지자체가 알아서 조례를 제정해 부과하도록 주민세 기준을 변경했고, 그 결과 오늘날 주민세는 각 지역마다 천차만별이 됐다.
그렇다면 대도시의 주민세는 타 지역보다 비쌀까?
결과부터 말하면 발전된 도시라고 딱히 주민세가 많이 부과되지는 않는다.
지하철과 도로 및 병원과 학교, 각종 문화시설 등 대도시의 각종 인프라와 다양한 편익을 고려할 때, 특별시와 광역시민이 군민보다 적은 주민세를 납부하고 있는 현실은 부적절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주민세 최대 한도인 1만원을 꽉 채운 곳은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주민세는 전국 시군구에 따라 1인당 2000원~1만원까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전국 평균은 4620원이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의 주민세는 4800원으로 평균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부산, 광주, 대구 역시 서울과 같이 4800원의 주민세를 부과한다. 인천은 4500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민세가 가장 높은 곳은 충북 보은과 충북 음성으로 두 곳 모두 1만원의 주민세가 부가되고 있다. 경기 평택은 8000원, 의정부는 6000원의 주민세가 부과된다.
한편, 전북 군산과 전북 무주 등은 2000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주민세가 부과되고 있다.
주민세는 주류세, 유류세와 같은 목적세가 아니라 보통세이기 때문에 사용처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세금을 한 상자에 모두 넣어 섞은 뒤 바가지로 쓸 만큼만 퍼가는 방식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민세는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하는 모든 곳에 조금씩 포함된다. 보통세인 탓에 주민세가 쓰이는 곳은 다양해 공무원 급여 지급, 보도블록 교체, 도로 건설, 환경 미화, 장애인 시설 확충, 복지 재원 마련까지 주민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이처럼 사용처가 특정돼 있지 않다 보니, 지자체의 주민세 사용 현황에 대한 감시도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주민세 인상에 앞서 선심성 행정 등 낭비성 지출을 줄이고 지자체의 투명한 예산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