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랑스는 때 아닌 '여성세' 때문에 시끄러웠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정부가 세상에 어디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세금이지만 프랑스는 실제로 '여성세' 문제에 휘말려 홍역을 치러야 했다.
시발점은 프랑스 여성단체인 '조르제트 상드(Georgette Sand)'가 조사한 내용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일반 매장을 돌아다니며 조사한 결과 1회용 면도기의 경우 남성용은 10개 세트에 1.72유로, 여성용은 5개 세트에 1.8유로였다.
얼핏 보면 별 차이 없는 것 같지만 면도기 1개 가격으로 치면 여성용이 2배 비싼 셈이다.
등산 가방이나 크림 등 각종 제품이 남성용보다 여성용이 비쌌으며 심지어 미용실 가격과 세탁비용도 여성이 더 비쌌다.
이를 근거로 이 여성단체는 여성만 내는 특별한 세금(실제 세금은 아니지만)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27% 임금을 덜 받는 상황에서 이는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프랑스 정부는 남녀가 사용하는 물건의 가격이 실제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발표했다.
어찌보면 헤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여성세'는 과연 프랑스에만 존재할까?
우리나라에는 '여성세'는 없지만 프랑스와 비슷한 상황이 존재하고 있다. 남녀 간 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으며 미용실 요금, 의류 가격 등 남성과 여성 간의 가격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일부러 찾지 않아도 주변에 널려있다.
어느 미용실이건 간에 남성과 여성의 컷트를 동일한 가격으로 받는 곳은 흔치 않다. 보통 남성이 컷트를 하는데 드는 비용이 8000~1만5000원이라고 한다면 여성은 1만원에서 2만원 수준이다.
지갑이나 가방 등 잡화를 구입할 때도 여성 제품이 더욱 비싸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백화점에 가면 중저가 브랜드로 남성지갑은 10만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는 반면 여성지갑은 1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은 줘야 구입이 가능하다.
심지어 카센터를 가더라도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차에 대해 모른다는 이유로 비싸게 수리비를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0~70%대에 그쳤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지난 6일 발표한 남녀 직종별 임금 및 근로시간을 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 직종에서 월 평균 임금(2013년 5인 이상 사업체 기준)은 여성이 229만965원이었으며 남성은 354만6605원이었다. 남성의 64.6%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프랑스 여성단체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에도 여성들의 임금은 낮지만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세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여성세'가 존재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