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세수확보 묘책 있으면 말해보세요" = (사진 앞줄 왼쪽부터 최영록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 문창용 세제실장, 임환수 국세청장, 김봉래 차장, 서대원 국세청 기획조정관). 임환수 국세청장과 김봉래 차장이 전국세무관서장 회의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용진 기자)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변화인가, '수장'의 가치관이 반영된 변화인가.
국세청의 세무행정 패러다임 전환 선언에 안팎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각종 세목(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신고와 관련해 그동안 유지해 왔던 '사후검증 강화' 기조에서 탈피, '사전적 성실신고 지원'으로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앞뒤를 바꾼, 세수확보 방법론의 단순한 변화로 치부하기에는 그 의미가 결코 작지가 않다.
□ 사전 성실신고 지원 강화 = 지난 2010년 8월 제19대 국세청장에 취임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사전 세무간섭을 모두 폐지하고 신고 후 사후검증에 주력하는 완전한 자율신고 납세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의 선언은 즉각 세무행정에 반영됐다.
주요세목 신고에 앞서 국세청은 불성실 세금신고 혐의자 및 주요 부적격 신고사례를 취합, 개별관리 및 혐의의심자에 대한 개별신고안내를 해 왔다. 쉽게 말해 같은 부가가치세 신고대상자라 해도 상대적으로 불성실 세금신고 혐의가 짙은 신고대상자들에게는 일반 신고대상자와는 다른 신고안내문이 발송됐다는 이야기다.
일종의 '경고문'이 함께 발송됐다는 것이다.
불성실 세금신고 혐의가 짙은 신고대상자들의 '경각심'을 높여, 최대한 성실한 세금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 전 국세청장은 이를 '사전 세무간섭'으로 규정, 모두 폐지하고 신고 종료 후 신고내용을 정밀 분석, 불성실 신고 혐의자를 가려낸 후 고강도의 사후검증을 실시해 불성실 세금신고에 대한 패널티를 확실하게 부여했다.
이같은 기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13년,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세수확보가 국세청의 최대 현안이 되면서 사후검증이 무질서하게 남발됐고, 사후검증이 곧 '세무조사'로 인식되면서 경제계 전반에 엄청난 비판여론이 형성됐다. 경제계 안팎을 온통 들쑤셔놓았지만 정작 세수는 충분히 확보해 내지 못했던 것이 '치명타'였다.
납세자들의 세금불만(조세심판원 심판청구 접수건수 : 2012년 8278건, 2013년 9717건, 2014년 1만877건)도 크게 증가하는 부작용이 동반됐다. '정치'가 악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사전 세무간섭 폐지 및 사후검증 강화라는 국세행정 기조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실험이 된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사후검증 건수를 크게 줄이고 사전 세무간섭을 부분적으로 부활시켰다. 그리고 올해 아예 방향의 대전환을 선택했다.
□ "지향점은 어차피 똑같다" = 국세청이 밝힌 사전적 성실신고 지원은 용어에서 주는 임팩트가 그리 크다고 볼 수 없다. 2010년 이전의 방식대로 가되 그동안 이루어진 국세행정 인프라 발전을 통해 보다 세밀해진 체제를 폭넓게 활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후검증을 아예 폐지한 것도 아니다. 보다 축약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업자 및 분야 위주로 엄선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사전 세무간섭 폐지 정책의 부작용들을 싹 걷어내고 '득'이 되는 부분만 발췌해 활용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정책방향과 임환수 현 국세청장이 내놓은 정책방향의 지향점은 똑같다. 자율적인 성실납세를 최대한 보장해 자납세수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굳이 달라진 점을 꼽자면 '경제활성화'가 화두가 된 현재의 경제상황을 좀 더 비중있게 감안했다는 점 뿐이다.
관건은 역시 정책의 효과다.
궁극적으로 성실납세 지원은 (자납)세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세무조사 또한 크게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실납세 지원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국세청이 '자승자박'을 선택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납세자들이 십원짜리 한 장까지도 성실하게 세금을 낼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세청의 정책방향 전환은 환상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험난한 여정을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세청 스스로 '시험대'에 올라간 것이라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