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 김동원 안진회계법인 상무
저가 감사보수의 근본적인 원인은 감사인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저가 보수 문제를 감사인들의 '제 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으로 보는 것은 우리나라 회계감사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감사인 독립성에 심각한 상처를 주는 가장 주된 원인은 감사인 교체 위협이라는 고객의 '압력 위협'임에도 불구하고, '유착 위협'은 실제보다 과대평가되고 있다.
유착 위협에 대한 정책적 대응과 압력 위협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서로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유착 위협을 방지하고자 하는 정책의 효과는 감사인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유착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감사인 의무 교체 정책을 적용하는 경우, 회계감사시장에 과당경쟁을 유발하게 되고 과당경쟁은 기업에 대한 감사인의 지위를 악화시킨다.
회계법인 의무 교체 제도는 폐지됐으나, 의무 교체로 인해 회계감사시장에서 형성된 감사인 지위악화의 영향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감사환경에서 감사인이 느끼는 압력 위협은 상당한 수준이다.
현재 심각한 저가 보수 상황은 회계감사시장을 왜곡시키는 문제가 유착 위협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이다.
만약 유착 위협이 저가 보수의 원인이라면 감사인이 고객과의 오랜 친분관계로 인하여 호의를 베풀기 위하여 감사보수를 할인해 주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 매일경제신문은 '기획특집 공짜의 역습, 한국 경제를 흔든다'는 주제로 서비스에 대해 제값을 지불하지 않는 풍토가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월호 사건, 부실한 건설공사 등의 원인으로 제값을 지불하지 않는 풍토가 원인이며,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의 고도화는 요원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반적인 문화적 특성 외에도 회계분식에 대한 죄의식 수준이 선진국과는 다르며(기업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에 있어서도) 기업지배구조의 특성상 내부회계통제에 대한 소유주와 경영진의 override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인식과 투자 의지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실무에서 감사인들은 감사인 교체 압력과 감사인 선임 과정에서 갑을 관계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감사인의 협상력을 제고하고 을의 입장에서 감사계약을 체결하는 감사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회계법인 의무 교체 제도의 시행이 기업과 감사인 간의 갑을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압력 위협을 가중시켰던 과거의 경험을 거울 삼아 유착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외감법 개정으로 감사인 지정 범위가 확대되었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개정 법률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정되는 기업은 전체 상장기업의 약 8% 수준인 130여 개의 기업이 지정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지정 범위 수준이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를 충분히 지지해 줄 수 있는 수준인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지정 범위 확대에 대해서 기업들의 반대 의견도 많이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정책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지정 범위의 확대가 감사보수의 인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 대해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회계분식에 대한 죄의식이나 회계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과 같은 감사 환경은 선진국보다 열악한 상황이므로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선진국보다 감사보수를 더 많이 받아야 하는 요인을 가지고 있다.
지정 범위 확대로 감사보수가 인상되는 것에 대한 반감보다는 지금까지 지불하지 않았던 정당한 보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감사인 선임에 있어서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그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해 한다.
특히 감사인 선임 결정 시 감사보수 요인은 고려 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 왜냐하면 감사위원회가 감사인 선임 결정시 감사품질보다는 감사보수를 중요한 고려 요소로서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면 효과성이 높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감사위원회가 감사품질을 기준으로 감사인 선임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회가 소유주·경영진과 독립적으로 본연의 기능을 충실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
감사인과 피감사기업 간의 유착 위협을 방지하기 감사인의 비감사용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무에서 감사인과 기업 간의 관계에 감사인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는 유착보다는 갑을 관계이다.
감사인의 독립성에 영향이 없는 비감사용역까지 금지하는 것은 유착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는 것이다.
또한 비감사용역과 감사인의 독립성에 관해서 감사인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학계의 연구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감사인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비감사용역은 마땅히 금지되어야 한다. 이는 감사인의 직업윤리의 문제이다.
따라서 감사인의 비감사용역은 가능한 부분은 허용하고, 금지가 필요한 부분은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전면 금지나 대부분 허용과 같은 극단적인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계법인이 기말감사에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비감사용역이 필요하다.
결산기의 집중과 감사업무의 계절성 때문에 특정기간에 인력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인력잉여 현상이 발생한다.
비감사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인력잉여 현상에 대응할 수 있고 기말감사 기간에는 해당 인력을 감사에 투입하여 특정기간의 인력부족 현상을 보완할 수 있다. 부족한 인력을 파트타임 등 임시직 인력으로 충당하는 것은 감사품질 저하의 원인이 된다.
이 같은 이유로 비감사용역의 수행은 감사인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감사보수 가이드라인은 감사수임료 결정에 있어서 감사인의 협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회계감사시장에서 감사인과 기업의 갑을 관계로 볼 때 회계감사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상한과 하한을 정하는 경우 실제 감사계약은 하한에서 체결될 가능성이 높고 보수 인상 요인이 있어도 상한에 막혀 보수 인상을 할 수 없으므로 상한과 하한은 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1분기 집중현상은 기업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다. 일례로 법률에 따라 회계연도 종료일을 3월말로 특정하였던 증권회사의 경우, 기업이 회계연도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자마자 거의 모든 증권회사가 회계연도 종료일 12월말로 변경하였다.
기업입장에서 12월말이 아닌 다른 기간을 회계연도말로 정하는 경우 혜택이나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이 더 많다고 느끼고 있다.
기업이 결산월을 12월이 아닌 다른 월로 변경하도록 효과적인 유인을 제공할 수 없다면, 상장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외한 비상장기업에 대해서는 4~5월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문제가 없도록 결산기한을 연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90일 이내 법인세 신고 의무 제도를 비상장 중소기업에 한하여 신고기한을 120일이나 150일로 연장하는 것이다.
세무신고기한이 연장되면 수많은 비상장 중소기업이 1분기에 기말감사를 완료하여야 할 법적인 필요가 없으므로 1분기 집중현상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사업보고서 제출 법인의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90일 신고의 예외를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결산일 근처에 중요한 사업결합이 결산일을 기준으로 자산 재평가 등이 있었던 경우 회계처리를 위한 평가 절차와 평가 등에 관한 감사 절차를 90일 내에 완료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