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세수→경제활성화 국세행정 기조 대전환, 효과는?

'임환수 국세청'의 방향타가 공개됐다.

이미 '운명'이 결정된(?) 세수확보에 집착하기 보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최대 목표인 '경제활성화'를 견인하기 위한 총력체제 구축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29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 2층 대강당에서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임환수 국세청장의 취임 후 국세청 세정운영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국세청이 전면에 내세운 국세행정의 지향점은 적극적인 경제활성화 지원으로 요약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수확보에 열을 올리던 기조는 사실상 폐기됐다.

국세청이 가진 툴(Tool)이 무엇이든 최대한으로 가동, 경제활성화를 위해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팀의 일원으로 승선한 임 국세청장 입장에서도 경제활성화에 대한 '책임'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취임사 등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지원하는 형태의 국세행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던 임 국세청장도 작정한 듯, "가혹한 세금이 호랑이 보다 무섭다'는 고사(苛政猛於虎)를 인용하며 "국민과 어려움을 함께하고 성실납세자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노력을 세정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규모 세정지원책 내놓은 국세청 =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세무조사의 강도를 상향조정하던 기조에서 탈피, 경제활성화를 위해 중소상공인에 대해선 세무조사나 (세목 신고·납부 후)사후검증 등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매우 파격적인 지원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는 이미 대규모 세수결손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세수확보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 아니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세수의 원천인 '경제'를 되살려 궁극적으로는 살아난 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세수를 자연스럽게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내년 대폭적인 확장재정을 편성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채워나가겠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기조가 그대로 답습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세무조사를 강화해 별반 효과를 내지도 못했다. 지난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된다는 시장의 불만이 쏟아졌고, 욕은 욕대로 들으면서도 정작 8조5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어느 정도 노선의 수정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국세청이 발표한 2014년 국세행정 운용방향에서도 국세청은 세무조사 기간을 예년 대비 10~30% 축소하는 등 전향적인 선택을 했었다.

세무조사 기간이 짧게는 20일, 길게는 200일이기 때문에 조사기간의 10~30% 단축이 실질적인 지원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국세청의 노림수는 세무조사 기간 단축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한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회복하려는 복선이 깔려있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도 경제의 회복세가 더디자 국세청이 더 광폭의 세정지원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 "130만 중소사업자에 세무간섭 않겠다" = 이번에 국세청이 내놓은 세정지원책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활성화 4대 중점지원 분야에 해당하는 연매출 1000억원 미만 중소상공인 131만8000명에 대해서는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 유예는 물론 사후검증 제외 등 일체의 세무검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사업자(법인 52만개, 개인 456만개)의 25%에 해당하는 숫자다. 

음식업과 숙박업, 여행업 등 경기침체에 따른 사업애로 업종과 업황이 부진한 지역특성 업종과 산업, 미래동력산업과 뿌리 산업 등 경제성장 견인 산업, 일자리 창출기업 등 경제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하자(탈세혐의자, 세법질서 문란자)가 없는 한 국세청이라는 존재를 신경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세청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에 대해 무기장 사업자 등의 소득금액 계산시 비용산정 비율을 뜻하는 '단순경비율'을 조정, 영세기업의 소득세 부담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중소상공인에 대한 전면적인 세무간섭 배제가 곧바로 경제활성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국세청은 이번 방안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국 115개 세무서에 '세금문제 상담팀'을 신설, 납세자들의 애로와 고충을 해결해나가겠단 계획이지만 단순히 세무조사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특별한 효과를 얻기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중소상공인들은 지금도 낮은 세무조사 선정 비율의 틀 안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별다른 세무간섭을 받고 있지 않는 중소상공인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기준 매출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 세무조사 비율 0.73%). 일각에서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체납자 사업등록, 취지는 좋지만… = 세무조사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 외에 국세청이 들고나온 카드는 또 있다.

세금을 체납한 채 폐업을 하거나 신용불량이 된 사업자가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는 경우 체납세금 유무(한도 체납액 3000만원 미만)와 관계없이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종의 '패자부활'을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체납세금이 존재할 경우 액수에 상관없이 사업자등록을 거부해 왔다. 체납세금 분할납부 계획 제출 등 요건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의지를 보일 경우 체납처분 유예(최장 1년), 신용정보제공 해제 등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세금 체납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의 패자부활을 지원, 경제활성화를 한다는 의미 외에도 체납액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체납자의 경제활동 여건을 만들어 체납액의 결손처리를 최소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체납액 3000만원 미만이라는 기준금액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선 다소 논란의 소지가 존재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국세청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개인은 435만2929명이었으며 이들 중 53%가 소득을 연간 1200만원 미만으로 신고하는 등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의 절반 이상이 30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할 정도의 저소득인 것이다. 이에 30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할 정도의 개인사업자를 영세사업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체납자들은 사업자등록을 하건 안 하건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기회를 줘서 세금을 갚을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개인으로나, 국가적으로 나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세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대상을 영세사업자로 한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체납액 3000만원 미만이란 기준이 영세사업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