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경제활성화 의지 긍정" vs "실효성 의문"

2014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전문가 8인의 평가는 '경제활성화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로 요약된다.

학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가계소득증대를 위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3대 패키지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며 보완 혹은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태원 서강대 교수는 "경제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추구돼야 하는 당면과제라는 점에서 정책수단들을 그 목표에 집중시킨 의도는 공감할 만하다"며 "다만 과감한 정비를 공언해 온 비과세 감면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법개정안은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주요한 세제개편은 많은 반면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라며 "재정적자가 이전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수 증대 대책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대체로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에 대한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세부적인 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 특히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에 대해선 대부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지난해와 달리 세수확보보다는 경제활성화(가계소득 증대)에 방점을 찍었다"며 "하지만 경제활성화의 핵심고리인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축소하는 등 투자지원이 미흡하고 세제지원에 따른 경제효과 분석이 부족하는 등 수혜대상을 기준으로 단순 차등화 현상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이 공평과세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은 "경제를 살리자고 세제혜택을 무리하게 활용하는 것은 실효성도 낮고, 공평과세라는 세제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해칠 위험이 크다"며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우려된다. 경제활성화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공평과세를 저해하고 내수활성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부재해 실효성이 없다"며 "근본적 세제개편이 아닌 임시방편으로 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 곽태원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 경제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추구돼야 하는 당면과제라는 점에서 가용한 정책수단들을 그 목표에 집중시킨 의도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화, 과감한 규제개혁, 법인세율의 가시적인 인하 등 근본적이고 강력한 수단들이 동원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특히 세법에 있어서는 그동안 과감한 정비를 공언해 온 비과세 감면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느낌이 든다. 유인책이 너무 복잡하면 경제주체들의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기 어렵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가업상속제도의 보완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하며 환영한다.

□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 2014년도 세제개편은 그 방향성이 경제활성화에 놓여 있으며 소득재분배에 대한 배려는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세법개정안의 가장 핵심이 되는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으로 하여금 임금 인상이나 배당을 많이 하도록 유인해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소득이 내수 경제에 연결되지 못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그 효과에 앞서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주요한 세제개편은 많은 반면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가 소규모, 백년 가업을 유도하는 것에서 출발해 이제는 고소득 기업가의 조세부담 완화로 나타나고 있다.

배당소득증대세제도 그 혜택이 최고 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재정적자가 이전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라도) 세수 증대 대책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조세가 지나치게 정책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조세를 너무 복잡하게 하는 문제도 있다. 금융소득, 임대소득, 자본이득(주식양도차익) 등에 대한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 이번 세제개편안은 기업소득을 개인소득으로 전환해 소비지출을 늘려 경제살리기를 하고, 중소기업 및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에게는 패널티적인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인센티적인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도입하고, 개인에게는 인센티브적인 배당소득증대세제를 적용해 상호작용토록 했다.

또한 가업승계기업에 대해서는 증여세와 상속세의 특례를 광범위하게 확대적용하였다. 개인과세에서 비과세저축을 축소하고 일시퇴직보다는 연금퇴직을 우대하며 고액퇴직금에 대해 중과세하도록 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중산층의 상속·증여세부담을 경감하고 근로장려금을 합리적으로 개선했으며 노후소득을 좀더 보장한 것들은 바람직하게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를 위해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인센티브가 아닌 패널티적 세제로 도입함으로써 기업이 임금, 배당, 투자가 경직돼 운영될 수 있는 여지를 보였다. 가업승계기업에 대한 증여세와 상속세특례의 규정은 너무 대폭적으로 세부감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초점을 뒀다. 가업승계조건 등에서 부작용을 가급적 줄이려는 완충기간을 두지 않고 급격한 경감조치를 했다.

□ 대한상공회의소 =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우리경제가 직면한 문제인 장기 저성장구조로부터의 탈출, 고령화 사회 등 변화된 경제·사회 여건에 대응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방안들이 담겨 있다고 본다.

특히 안전·서비스·중소기업 투자 인센티브 확대,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 지원 개선 등은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의욕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다.

기업의 이중과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와 구조조정 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방세 감면 상한제도는 재검토됐으면 한다.

□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장 = 이번 세법개정안은 지난해와 달리 세수 확보보다는 경제활성화(가계소득 증대)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경제활성화의 핵심고리인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축소하는 등 투자지원이 미흡하고 세제지원에 따른 경제효과 분석이 부족하는 등 수혜대상을 기준으로 단순 차등화 현상이 지속됐다.

예를 들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는 기업의 설비투자 전반에 대한 유일한 지원세제로서, 공제율을 인하하는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국외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로 해외소득의 국내유입 규모가 줄어들 우려와 더불어 외납세액 공제 축소로 해외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대상에서 과거 유보가 제외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세수확보가 목적이 아닌 만큼 국내·외 투자 확대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각종 투자세액공제가 대기업 위주로 축소된 데 이어 올해에도 동일제도에 대해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혜택 부여하고 있는 점도 문제가 있다.

에너지절약시설 세액공제율의 경우 대기업은 10%에서 3%로, 중견기업은 10%에서 5%로 줄었지만 중소기업은 10%를 유지했다. 중견기업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은 3%에서 5%로 인상했지만 대기업은 3% 그대로이다.

□ 신상철 중소기업중앙회 박사 = 세법개정안은 경제활성화, 민생안정, 공평과세, 세제합리화 등을 기본 방향으로 해 마련돼 부진한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가계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것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신설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소액주주에게 실제 도움이 되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고용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감면제도가 설계되기를 기대한다. 고용투자세액공제를 비롯한 고용관련 비과세·감면 제도는 최근 5년 동안 감면효과가 주로 대기업에서 발생했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R&D와 고용을 연계해 지원하는 세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국장 = 이번 세법개정안은 경기침체와 저성장 등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과 세수확보, 소득재분배 기능강화 등 세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제활성화, 민생안정을 위한 여러 고민과 시도를 했다는 점 자체는 일단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결국 공평과세를 저해하고 내수활성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부재해 실효성이 없으며 근본적 세제개편이 아닌 임시방편으로 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먼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재벌 및 대자산가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 과세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둘째,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 위한 세법개정이 세율 인상 등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임시방편적 대응으로 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정책목적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셋째, 내수활성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부재하여 정책실효성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넷째, 불필요한 세제혜택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복지 수요지출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역할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활성화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재벌 및 고소득층, 대자산가에 대한 명백한 부자감세라고 규정하며 진정한 내수활성화를 위한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없는 이러한 세법개정안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

□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2014년 세법개정안은 한 마디로 '경제를 살리자'는 목적하에 기획됐다. 주요 추진전략도 경제활성화, 민생안정, 공평과세로 제시하고 있다. 비록 주요 추진전략에 민생안정과 공평과세가 포함됐지만 세법개정의 주된 목적이 경제를 살리자는데 있다보니 경제활성화에 가장 큰 무게가 실려있다.

경제를 살리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자고 세제혜택을 무리하게 활용하는 것은 실효성도 낮고, 공평과세라는 세제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해칠 위험이 크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 우려되는 것은 배당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율을 낮추고 종합과세대상에 대해서는 선택적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들 소득의 귀속주체가 고소득층임을 감안할 때 뚜렷한 경제활성화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재고돼야 할 것으로 본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를 공평과세 실현에 목적을 뒀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어떤 근거에서 비과세·감면제도가 신설, 종료, 연장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의 제시와 설명은 매우 미흡하다. 기재부는 향후 비과세·감면 정비과정에서 성과평가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이 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납세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