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原乳 비상… 서울우유 신제품 개발로 '정면돌파'

原乳재고량이 지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유가공업체들이 남아도는 원유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유가공 업체들은 쿼터량 축소와 함께 대형마트나 소매점 등지에 ‘1+1 가격할인 상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우유 소비 촉진에 적극 나섰다. 한편으론 장기 보관이 가능한 상품인 분유 가공을 늘리는 등 잉여원유 처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수급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최대 유가공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 다방면에 걸친 잉여원유 활용 대책이 성과를 보이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원유생산량 급증에 소비부진 겹쳐 수급불균형 심화

최근 국내 원유 수급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통계상으로 확연하게 드러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분유재고량을 원유로 환산한 원유 재고량은 지난 3월말 현재 16만5817톤에 이른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가격을 인상했던 지난해 8월의 9만2018t에 비해 무려 80.2%나 증가했다.

이처럼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원유재고가 급증한 것은 지난 겨울 예년보다 따뜻했던  날씨 탓에 젖소의 집유량(생산량)이 큰 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우유가격 인상에 따른 일부 소비부진 요인과 함께 방학으로 학교급식 수요마저 감소해 수급이 꼬이면서 재고가 급증했다. 

지난해 8월에서 12월까지 일평균 국내 원유생산량은 5400~5700톤 수준을 나타냈다. 그런데 지난 1월 5867톤, 2월 6073톤, 그리고 지난 3월엔 6269톤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반면 소비량은 지난해 8~9월의 30~32만톤을 기록한 뒤 매월 감소세를 보여 최근엔 27~29만톤 수준으로 떨어져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농가와 유가공업계 모두에게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급기야 지난 달 초 낙농진흥회와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등 관련단체들은 쿼터량 초과 물량 원유가격을 올 연말까지 현행 ℓ당 561원에서 100원으로 파격적인 인하조치를 취했다. 

■ 서울우유가 선택한 전략은?... ‘정면돌파’

서울우유도 이같은 원유수급불균형 상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우유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일평균 원유 집유량이 2천톤을 웃돌아 전년도 같은기간에 비해 107% 수준을 기록했다. 게다가 업체 간 할인경쟁 및 소비침체로 인한 분유재고량이 큰 폭으로 증가해 조합경영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우유업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마트 등을 통한 세일행사와 함께, 원유 공급측면의 안정을 위해 생산쿼터 삭감, 연간총량제 시행 중지, 초과생산 원유가격 인하 등 다양한 수급안정 조치를 낙농가에 요구해 왔다. 원유의 공급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우유는 원유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낙농가에 부담을 주는 대신 우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유가공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강화를 통한 판매확대로 정면돌파하는 전략을 택했다.

서울우유는 자체 생산 우유와 분유제품을 활용해 바리스타 전용 우유로 만든 ‘바리스타즈 카페라떼’, ‘스페셜티 카페라떼’, ‘그녀를 3번 생각한 저지방 요구르트’, ‘행복을 가득담은 요거트 리뷰’ 등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씹어 먹는 우유인 ‘잇츠굿-츄잉 밀크’, 신개념 우유 ‘쉐이킹’, 또 과일 껍질 속 영양을 담은 ‘상큼함이 살아 있는 요구르트’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더불어 유명 스타들을 앞세운 제품별 CF 등 스타마케팅도 적극 펼쳤다. 소지섭을 앞세운 체다치즈, 제국의 아이들 출신 임시완의 저지방 요구르트, 먹방 아이콘 추사랑을 기용한 요거트 리뷰, 배우 김민희의 스페셜티 카페라떼 CF 등을 선보였다.

유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서울우유의 다방면에 걸친 이같은 행보는 예전과 달라진 행보”라며 “그만큼 현재의 원유 수급불균형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는 반증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우유는 이와함께 원유수급 안정을 위해 조합원들의 자발적 협조를 유도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1800여 조합원들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쿼터 삭감이나 총량제 시행 중지 같은 타율적 접근보다는 조합원들의 자발적 협조를 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전국 9개 낙농지원센터에서 열린 조합원 화합의 장인 한마음대회를 통해 서울우유 송용헌 조합장은 “젖소외부입식 금지, 송아지 모유먹이기, 저 능력 젖소 도태, 기본생산량 초과원유는 최대한 생산을 자제해 원유수급안정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 1분기 다소 부진했던 서울우유의 영업실적이 지난 4월과 이달 들어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면서, 전년 동기대비 100%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용헌 조합장은 “서울우유는 지난 77년간 고비 때마다 조합 전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로 극복하며 낙농산업을 선도해 왔다”며 “이번 위기도 조합의 공동체 정신과 명확한 목표 공유,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 판매확대 전략 등을 통해 극복해 낼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원유 수급불균형 문제는 무더위로 인한 젖소들의 집유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다음 달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낙농가와 유가공업체들의 노력 또한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