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육책' 담긴 국세행정 운영방안, 명(明)과 암(暗)

올해 국세청의 세정집행 '밑그림'이 공개됐다. 국세청은 26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 2층 대강당에서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2014년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확정했다.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꿰뚫고 있는 중심축은 '경제활성화' 측면지원으로 요약된다.

경제활성화 지원을 위해 국세청은 세무조사 운영의 부분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해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쏟아진 세무조사에 대한 불만여론을 완충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들을 변화의 동력으로 삼았다. 아울러 세무조사 행정과 관련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반성'의 의지가 담긴 방안들도 곳곳에 묻어 놓은 모습이다.

□ 세무조사 기간 축소에 담긴 의미심장한 '시그널' = 국세청이 내놓은 방안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은 세무조사 기간을 예년 대비 10～30% 단축한다는 내용이다. 퍼센테이지로 보면 부피가 커보이지만 실질적인 기간 축소 절대량은 그닥 크지 않다.

국세청은 업종과 매출액 규모별로 세무조사 기간을 규격화, 특정 기업 세무조사시 활용하고 있다. 세무조사 기간은 짧게는 20일, 길게는 200일(정기.비정기, 공휴일 포함)이다. 짧게는 2～6일, 길게는 20～60일 가량 세무조사 기간을 축소 운영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 단축을 카드로 내민 것은 지난해 세무조사와 관련한 경제주체들의 불만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세무조사 건수는 1만8070건(잠정) 수준으로 직전년인 2012년과 비슷했다(1만8002건). 하지는 만 세무조사 기간과 범위가 넓어지면서 경제주체들이 체감한 조사강도는 과거 어느 때에 비해 높았다. 오죽했으면 기업들 사이에서 "세수가 없으면 차라리 법인세율을 인상하라"는 볼멘소리까지 흘러나왔을 정도다.

상황을 이대로 묵혀둘 경우, 경제활성화의 파트너인 기업들의 행동반경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정권 차원에서 형성, 국세청이 그동안 꺼내들지 않았던 세무조사 기간 축소 운영이라는 획기적(?) 카드를 뽑아들게 만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관련 법 개정으로 세무조사 기간을 자의적으로 늘릴 수 있는 여지도 사라졌다(기간 연장시 납세자보호위원회 승인). 여기에 더해 애초 통지되는 세무조사 기간까지 축소, 세무조사 기간이 늘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겠다는 복안이다.

관건은 조직의 '적응력'이다.

그동안 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 및 범위 등을 연장하거나 넓힌 것은 '통제장치'가 다소 부재했던 측면도 있지만, 내부 결정과정이 지연됐기 때문인 측면도 크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위 큰 기업의 경우 세금추징액 규모가 기대치에 못미칠 경우(?)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나서면서 조사기간이 길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피로도가 높아졌고 불만의 목소리가 형성되는 불씨가 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 축소 카드를 꺼내든 것은 결정과정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경제주체들 사이에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로잡겠다는 '반성'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직이 관행에 휩쓸리지 않고 정해진 방향대로 적응력을 발휘해 준다면,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남발되는 부실과세, 진땀나는 '바로잡기' 행보 = 국세청이 '권력기관'으로 치부되는 이유는 일반 국민들 개개인의 경제환경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과세권 행사라면 납득할 수 있지만 논리가 딸리는 '부실과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제환경은 물론 정식적인 피해까지 줄 수 있다. 국세청은 수 년 전부터 부실과세 축소를 위한 각종 방안들을 구상, 시행해 왔다.

하지만 부실과세의 그림자는 여전히 국세청을 괴롭히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에도 부실과세 감축을 위한 몇 가지 대책들이 제시됐다.

국세청은 적법한 과세를 위해 과세기준자문, 과세사실판단자문 등 현행 제도를 적극 활용해 과세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과세책임자의 과세품질을 누적평가, 그 결과를 인사와 성과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즉, 무리한 과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BSC평가를 균형 있게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과세품질 제고'라는 간판을 달기는 했지만 국세청은 내부적으로 부실과세의 심각성에 대해 깊은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부실과세로 인해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들의 숫자가 직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다.

이에 국세청은 '과세품질검증팀'을 조사국 내부에 설치, 세무조사 추징과 관련한 논리를 사전 검증한 뒤 추징하는 시스템 도입을 깊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국 내부에 반발여론이 거세, 선뜻 시스템 도입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