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분리된 KDB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이 실패할 경우 정책금융공사가 부산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대통령 공약이었던 한국선박금융공사(가칭) 설립이 무산되면 정부 입장에서도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정부가 두 기관의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책금융공사 노조의 반발이 거셌지만, 만일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노조도 부산 이전에 동의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부산북구강서구갑)은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에 대해 정책금융공사에도 책임을 지우고 싶다"며 "정책금융공사가 부산 이전을 한다면 일부만 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하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부산 지역 의원들은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된 것과 관련,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
부산 지역 의원이나 시민들 입장에서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다른 대안으로 정책금융공사 이전을 통해 지역 경제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정책금융공사 노조는 산업은행과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부산 이전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동춘 정책금융공사 부사장(사장직무대행)은 "정부 통합 후 아쉬운 게 많았는데 노조는 존치를 희망하고 있다. 부산으로 간다면 직원들이나 노조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걸로 얘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가면 전체가 다 내겨갈 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조의 한 관계자는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언급을 피했다.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부산남구갑)도 "선박금융공사 대신 정책금융공사가 내려오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며 "예컨대 건설업체들이 해외 갈 때 은행이 아닌 공사가 건전성 관계없이 자금을 지원해야 금융계의 삼성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확실한 답변은 금융위원회 종합 국감 때 하자. 사장직무대행이 억지로 대답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해 국감장을 웃음에 빠뜨리기도 했다.
한편 이동춘 부사장은 이날 오전 국감에서 산은과의 통합에 대해 "정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다.
그는 "문제되는 부분이 업무 중복인데 산은으로부터 정책금융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했으나 지난해와 올해 들어 줄이도록 노력했다"며 "정부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박민식 의원은 "정부에서 시킨대로 한다면 그 자리에 뭐하러 앉아있나. 소신과 철학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대신 앉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