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사고·보이스피싱 등 비난
사업구조개편 후 수익성 저하
신경(信經)분리 2년째를 보내는 NH농협금융지주가 예년과 달리 경제부문에 비해 금융 등 신용부문에 질의가 집중되며 '살얼음판'을 걸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2011년 이후 대량 피해를 양산한 전산 사고를 비롯해 사업구조개편 후 경영 악화 문제, 부실 대출, 횡령·유용 등이 단골 메뉴와 같은 현안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경제사업부에 비해 (금융부문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편인데 올해에는 국회의 지적 사항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 "사업 개편 후 경영은 더 악화됐다" =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논란을 낳은 것은 NH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이다.
정부가 농협의 경제사업부와 금융사업부를 분리한 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경영의 효율성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 조사에 따르면 신경분리 후 농협은행 당기순이익은 28% 급감했다. 2011년 5970억원에서 지난해 4270억원으로 줄었으며 올해 상반기는 740억원에 그쳤다.
이완구 의원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평가가 이른 것은 알지만,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울타리에 안주하는 안일한 자세를 버려라"고 질타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며, 심사 기능이 미흡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것은 사실이나,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해도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유난히 높다.
황주홍 민주당 의원은 농협은행의 고정이하(3개월 연체) PF 대출 잔액이 1조2612억원,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4.72%에 달한다고 밝혔다. KB, 우리, 신한은행과 비교할 때 부실채권비율은 3.3배 수준이다.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65%가 증가,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황 의원 측 설명.
황 의원은 "부실 PF 대출이 다른 은행들과 비교하 심한 것은 대출심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서 기인했다. 이 피해는 결국 농업과 농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신속히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새로운 부실은 안 생기고 있다"며 "은행을 건전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건전성에 유념해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고 답했다.
■ "IT 사고·보이스피싱 끝 안보여" = 지난 2011년 4월 전산망 해킹 사고 이후 최원병 NH농협 회장은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약속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12월 총 3차례에 이어 올해 2차례 더 인터넷뱅킹과 현금인출기(ATM) 서비스가 중지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황주홍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전산 사고가 일어난 횟수는 무려 9번. 직간접적 피해액은 247억원이 발생했다.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과 영업 손실, 하드디스크 복구 및 교체 비용 등에 쓰였다.
황 의원은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해 개인 정보가 유출될 경우 금융 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농협은행은 아직 암호화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보안과 관련해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정책 관리가 허술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에 농협은행이 악용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보이스피싱이 여전히 많은데 주로 농협에서 전화가 온다. 농협은행에서 9500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신충식 농협은행장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새로 개발해 진행중이다"며 "보이스피싱의 경우 농촌지역이나 중소도시에 농협은행 점포가 많아 그렇다"고 해명했다.
■ 횡령·유용 사고 여전한 농협은행 =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전히 내부 직원의 횡령 및 유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4년 동안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 피해액은 380억원. 이 중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316억원이며 내부 직원의 횡령이나 유용에 대한 사고는 전체의 65.5%를 차지한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농협은행이 학생이나 무직자 등 경제적 약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금융 상품을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약자인 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빌미로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도의를 벗어난 일이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