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지난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 동안 야당 중진 의원들을 포함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정보를 불법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큰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17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보를 통해 입수한 결과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 직원들이 매달 약 20만건의 고객 정보를 조회했다"고 밝혔다.
내용을 살펴보면 거래 내역뿐 아니라 고객 정보, 외환, 여신, 수신 등 다양한 정보가 있으며 박지원, 박병석, 박영선, 정동영, 정세균 등 민주당 의원들과 고위 관료,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 신한은행 주요 임원들 이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문제는 이 같은 조회가 상거래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경영감사부와 검사부에서 이뤄졌다는 사실.
현행법은 내부감사의 목적에 한해 제한적인 범위에서 엄격하게 고객 정보 조회를 허용하지만, 신한은행의 경우 제3자의 정보를 광범위하게 들여다본 것은 불법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게 김 의원 측 설명이다.
또한 정보가 조회된 2010년 4월부터 9월은 시기적으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50억원 비자금 의혹과 관련, '영포(영일·포항)라인'에 의해 비호 받은 사실을 민주당에서 연일 문제 삼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과 올해 7월 2차례에 걸쳐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 검사에 착수했으나 문책에 그치는 등 제대로 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김기식 의원은 "금감원조차 부실 검사를 하거나 정치적으로 검사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