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30%, 부가세 5.6% '세금사각지대'
"한국형 '택스갭(Tax-gap)' 도입 검토해야"
우리나라 자영업종 전체 소득 탈루규모가 연간 3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소득세 납부기준이 되는 수입의 약 30% 정도가 과세당국의 눈을 피한 '세원사각지대'에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전체 세목 중 가장 세수 비중이 큰 부가가치세 탈루비율도 약 5.6%(2008년 기준)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제시됐다.
이는 가계소득조사 자료, 국세통계자료 등 간접자료를 활용한 학계의 추산이지만, 향후 과세당국이 보유한 실질 세무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택스갭(Tax-gap, 실제 내야하는 세금과 납부한 세금의 차이)'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2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3년 국세행정포럼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실정에 적합한 탈세규모 추정모델 개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개별 연구진들이 공식 통계자료를 근거로 일부 세목의 소득탈루율을 추정한 사례는 있지만, 소득수준이나 업종별 특성에 따른 객관적인 탈세지표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일례로 가장 최근 발표된 연구보고서(2010년, 안종석)에 따르면 산업연관표에 따른 소득세, 부가세 탈루규모 추정결과 사업소득 탈루율은 17~23%, 부가세 탈루율은 5.6%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사업소득 탈루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약 2.3%~3.1%로 금액으로는 22~2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상징적 의미에 불과할 뿐, 명확한 Tax gap 자료로써 과세당국이 세무조사에 활용하기는 미흡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그동안 개별 연구자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추정된 지하경제 규모로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Tax gap 윤곽을 파악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세목별 탈세총액 파악중심으로 소득계층별, 업종별 납세자 특성에 따른 탈세율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시행한 바 있는 Tax gap 추정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미국 국세청은 지난 2002년부터 5년 주기로 국가통계자료를 활용한 Tax gap 통계를 발표하고 있으며, 영국은 2001년 이후 매년 세목별 Tax gap 추정치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약 4500억 달러(2006년 기준 전체 납세액 16.9%), 영국은 320억 파운드(전체 납세액 6.7%) 정도의 Tax gap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양국은 Tax gap 측정을 위해 개별 사업자 표본조사 방식은 물론, 업종별 소득탈루율 분석자료 등도 전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조사방식의 차이로 인해 발표시기와 방법에 차이가 난다.
보고서는 국내실정에 맞는 Tax gap 측정모델 개발을 위해 양국의 사례를 참고하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실정에 맞는 측정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미국, 영국 사례를 짜집기 하는 차원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의 조세제도, 경제환경, 납세인식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측정대상 세목, 유형별 조사방법, 소득별·업종별·지역별 적정 표본수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연구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예산과 인력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일례로 미국은 Tax gap 조사를 위해 연간 9000만 달러와 400여명의 전문인력을 투입, 3년 이상의 조사기간을 거친 바 있다.
보고서는 "Tax gap 측정업무는 관련분야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고려 모든 국실 업무를 조율할 수 있는 별도의 T/F를 만들어 업무를 전담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