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른바 '세(稅)파라치'들의 탈세감시 활동이 더욱 왕성해 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탈세제보에 대한 보상금을 최대 20억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를 올리는 제도개선 방안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포상금 한도를 현행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2배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회 곳곳에서 탈세가 만연해 있는 만큼 전 국민들이 과세관청에 특정인의 탈세 행위를 제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제보의 '질'과 제보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에 따라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세청이 제공한 최근 5년간 탈세제보 활용실적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탈세제보는 총 4만7522건으로, 국세청은 이 중 2만4135건을 활용해 세무조사 등을 실시한 후 2조6369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를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인상, 시민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포상금 한도 인상 후 실제 올해 1~4월까지 총 5274건의 탈세제보가 접수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4%나 증가한 것으로 포상금 한도 '인상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를 더욱 인상, 지하경제 양성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 포상금 '20억', 어떻게 받을 수 있나 = 정부의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당장 내년부터 탈세제보자들은 로또 1등 당첨금에 버금가는 금액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다만 무조건 제보만 한다고 해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금액 이상의 조세탈루를 포착해야 된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6월말 실질적인 포상금 지급률을 높였다. 구체적으로 탈루금액을 기준으로 5000만원~5억원까지는 15%, 5억~20억원은 7500+5억원 초과액 10%, 20억원 초과인 경우 2억2500만원+20억원 초과액의 5%로 각각 포상금 지급률을 올렸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7억5000만원 이상의 조세탈루를 신고하면 억대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단순 계산이긴 하지만 20억원을 받으려면 370억원 이상의 조세탈루 정황을 포착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수십억대의 탈세현장을 잡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며, 과거의 경우를 비추어볼 때 억대의 포상금을 받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국세청의 최근 5년 동안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실적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포상금은 총 684건, 120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으로 따져 건당 2000만원 남짓한 포상금이 지급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포상금 지급액에 대해 "포상금 한도가 10억원이었을 때 이를 지급받으려면175억원 이상의 조세탈루 정황을 포착해 탈루세액을 추징했어야 했다"며 "20억원을 포상금을 받으려면 375억원 이상 탈세를 했다는 자료를 제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추측성 제보 'NO'…조세탈루 입증할 중요 자료만 = 우선 탈세제보 포상금을 받기 위해선 조세탈루를 입증할만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제보자가 국세청 등 과세당국에 탈세제보를 통해 '중요한 자료'를 제출했고 이를 통해 탈루세액이 추징됐다면 탈세제보 포상금이 지급된다.
조세탈루를 입증할 수 있는 거래처, 품목, 수량, 금액 등 구체적 사실이 기재된 자료 및 정보를 포상금 지급대상이 되는 중요한 자료로 보고 있다.
여기에 회계부정 등 비밀자료, 부동산 투기거래, 상속 및 증여 탈루관련 정보나 밀수, 마약 등 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한 조세탈루 관련 자료도 포함된다.
하지만 목숨 걸고(?) 자료를 구해 신고를 했다하더라도 포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명이나 제3자 명의로 자료를 제공하거나,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자료를 제공했을 때는 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 또 무분별한 추측성 탈세제보나 제보가 없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도 포상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쉽게 말해 '카더라 통신'은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선세무서나 국세청으로 탈세제보가 오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데 반해 단순 추측성으로 제보하는 경우도 있다"며 "조세탈루 입증이 가능한 중요 자료를 제출해 이를 바탕으로 탈루세액을 추징했을 때 지급기준에 맞게 포상금이 지급된다"고 밝혔다.
탈세제보를 한 결과 탈루세액이 추징됐다 하더라도 포상금이 바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탈루세액이 납부되고 불복청구 절차가 종료돼 부과처분 등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이내에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포상금 한도가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돼 국민들의 탈세 제보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 곳곳에서 탈세가 자행되는 만큼 전 국민들이 국세청에 탈세를 제보할 수 있도록 홍보 등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