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공무원 직급보조비 전격 '과세' 전환
대통령 年1300만원 추가 부담, 연 2000억 세수확보
발표 닷새만에 수정안까지 나올 정도로 극렬한 비판을 받았던 2013년 세법개정안이지만, 일부 개정사항은 '성역(聖域)'을 깼다는 호평도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십 수년간 말은 많았지만 무너지지 않았던, '공무원 직급보조비' 과세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그동안 뚜렷한 이유 없이(?)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되어 있던 공무원 직급보조비가 2015년부터 과세로 전환되고 월 100만원을 초과하는 공무원 재외근무수당도 과세로 전환될 예정이다.
□ '성역 침범'을 꺼려했던 역대 정권들 = 공무원 직급보조비 문제가 불거진 것은 노무현 정부 초창기였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진 이후 어느 정권도 이 부분을 과세전환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낮은 급여수준에 대한 '보전책'이라는 변명만 늘어놓았던 것이 사실.
공무원 직급보조비는 모든 공무원에게 업무와 관련해 사용하라는 취지에서 지급하는 돈. 현재 직급별 직급보조비는 10급 기능직의 경우 연간 114만원, 장관급은 1488만원, 대통령은 3840만원 수준으로 편성되어 있다.
정부는 예산상 연간 2조원 규모에 달하는 직급보조비를 인건비가 아닌 경비로 분류,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고 민간 근로자들이 회사로부터 지급 받는 직급보조비나 복지포인트는 죄다 근로소득으로 분류, 10원짜리 한 장도 징수하는데 반해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적용해 '특혜'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 성역 깨뜨린 기재부, 공무원은 '세금폭탄(?)' = 기획재정부가 직급보조비를 비과세에서 과세로 돌린 근본적인 이유는 조세형평성을 기한 측면도 있지만, '세수확보'에 주안점을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애초 세법개정안에서 연 소득 3450만원 이상 중산층 근로자에 대한 세부담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불공평 시비를 '완충'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 성격의 제도개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에 따르면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해 공무원들은 오는 2015년부터 직급별로 적게는 6만원에서 많게는 최대 1344만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연간 114만원의 직급보조비를 받는 10급 기능직은 6만8400원, 연간 126만원을 받는 8∼9급은 7만5600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연 168만원을 받는 7급은 25만2000원, 연 186만원을 받는 6급은 27만9000원을 내야하며 300만원을 받는 5급은 세부담이 두 배를 훌쩍 뛰어 72만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연 480만원을 받는 4급은 115만200원, 연 600만원을 받는 3급은 144만원, 연 780만원을 받는 2급(고위공무원 나급)은 187만2000원, 연 900만원을 받는 1급(고위공무원 가급)은 216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연간 1140만원의 직급보조비를 받던 차관급은 399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며 연 1380만원을 받던 처장급은 483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장관급(직급보조비 연 1488만원)과 감사원장(연 1608만원)은 각각 502만8000원, 562만80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며 연 2064만원을 받는 국무총리는 722만4000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국무총리보다 두 배 가까운 직급보조비를 받는 대통령(연 3840만원)은 무려 1344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직급보조비의 35%를 다시 토해내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연 2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 불씨는 '여전'…복지포인트는 '넘사벽'(?) = 이번 세법개정안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성역을 무너뜨리는 시도가 가미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완벽하다고 평가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는 여전히 과세대상에서 제외,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공무원 직급보조비와 더불어 복지포인트를 세트로 과세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현재 복지포인트는 직급에 상관없이 무조건 3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근속연수나 가족 유무에 따라 액수가 증가한다. 기재부는 복지포인트가 복지후생을 위한 제도이며 이를 다 사용하기도 어려운 점을 들어 과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논란 소지는 여전히 남은 셈이다.
당장 2015년부터 직급보조비 과세로 세금액수가 늘지만 공무원들의 월급봉투에서 빠져나가는 액수는 더 클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의 지출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급보조비가 근로소득으로 분류되면 건강보험비와 연금 등 4대 보험료 또한 동반 상승하기 때문.
공무원의 사회보험료는 정부가 50%를 지원해주고 있어 납부해야 할 보험료가 늘어나면 정부의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추가 세수효과가 상쇄될 것이라는 주장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