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세제 '확대', 자녀장려세제 '신설'…총 1.7조 투입
저소득층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본격 시행된 근로장려세제(EITC)가 세법개정을 통해 수급대상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또한 날로 높아지는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자녀수에 따라 세금을 지원하는 자녀장려세제(CTC)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가지 세법개정으로 총 1조7000억원 상당의 세금이 저소득층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각종 소득공제 정비를 통해 확보한 세수를 이 같은 저소득층 지원 사업 확대에 활용, 현행 조세제도의 '소득역진성(소득 낮은 사람의 세금 부담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을 완화시킬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률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규모 더 커지는 'EITC'…"재산 1억 넘어도 받는다" = 우선 그동안 가구소득과 자녀수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됐던 근로장려세제는 앞으로 결혼 여부, 맞벌이 여부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연간 총소득 기준 단독가구는 1300만원, 가족가구는 홑벌이 2100만원, 맞벌이 2500만원으로 각각 소득한도가 설정된다. 맞벌이 가구는 배우자의 총급여 및 사업소득(비과세소득 제외)의 합계가 연 300만원이 넘는 경우로 한정된다.
가구당 최대 210만원의 근로장려금이 지급되는데, 연소득 1000~1300만원 사이인 맞벌이 가구가 최대치의 지원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한 연소득 600~900만원 단독가구는 최대 70만원, 연소득 900~1200만원 홑벌이 가구는 최대 170만원을 받게 된다.
이 기준보다 소득은 더 낮은 가구는 지원액이 조금 늘어나고, 기준보다 소득이 높은 가구는 지원금이 점차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정부는 세법개정을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이런 방식으로 근로장려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근로장려금 수급대상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세법개정으로 근로장려금 지원대상이 되는 주택, 재산요건을 한층 완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무주택 또는 6000만원 이하 1주택자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주택가격기준이 없어지며 이외 토지·자동차·전세금·예금 등 각종 재산합계액이 1억원 미만인 경우에만 지원됐는데, 향후 이 기준이 최대 1억400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여건을 고려해 재산기준 1억원~1억4000만원 사이 근로자는 지원금의 50%만 지급되며, 부녀자 소득공제 대상자는 근로장려금 중복해 받을 수 없도록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올해부터 60세 이상 1인 가구에도 근로장려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정부는 세법개정을 통해 2016년부터 50세 이상, 2017년부터 40세 이상 저소득 1인 가구에도 근로장려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근로장려금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기초생활수급자도 수급요건 충족 시 근로장려금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세법개정이 추진된다.
□ "출산 포기하지마세요"…'자녀장려세제' 추진 =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자녀장려세제(CTC)도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그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총소득 4000만원 이하 부양자녀가 있는 가구에 자녀장려금이 지급된다.
구체적으로 연소득 0원~2100만원 홑벌이 가구, 연소득 0원~2500만원 맞벌이 가구에 자녀 1인당 50만원의 장려금이 지급되며, 4000만원 한도로 소득이 더 오를수록 일정비율로 지원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쉽게 말해 소득이 낮고 자녀가 많을수록 지원 금액이 더 커지는 형태다.
일례로 기재부에 따르면 총급여 3000만원인 4인 가족(본인, 배우자, 자녀2인 : 1세·3세)의 경우 자녀장려세제 지원금 81만1000원이 지급되며, 동일한 소득의 3인 가족(본인, 배우자, 자녀1인: 15세)의 경우 40만5000원의 자녀장려금이 지원된다.
다만 정부는 저소득층 양육비 지원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재혼 배우자의 자녀도 지원대상이 되도록 하되, 자녀세액공제를 받는 가구는 자녀장려금을 중복지원 받을 수 없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또한 근로장려금과 마찬가지로 재산가액 1억~1억4000만원 사이 가구는 자려장려금 지원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이와 함께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신청 편의를 위해 종합소득세(매년 5월 1일~30일)신고 기간이후 3개월 이내 신청해도 지원금 10%를 뺀 나머지를 지급하고,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일용직, 기간제근로자의 소득도 1년 단위로 환산되도록 세법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소득공제 개편 등을 통해 중산층 이상 고소득 근로자들에게 더 걷어 들인 세금을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기재부 김낙회 세제실장은 "세액공제 개편을 통해 연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로부터 세금이 약 1조3000억원 더 걷히는데, 여기에 4000억원을 추가로 보태서 1조7000억원이 소요되는 EITC, CTC 지원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