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난 타개, 경제민주화 보다 경제활성화가 우선"

"상속세율 인하, 국민적 합의 이뤄야"

강길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사상 초유의 세수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경기활성화'를 꼽았다. 특히, 법인세 신고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을 지적하며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22일 '경제위기 대책과 세수확보 방안'을 주제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대담에서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 1%p 증가에 세수가 2조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세수 문제 타개책은 경기활성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최근 극심한 '불황'에도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최저한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증세'로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과도한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 인상이나 조세 정의, 조세 형평성 강화는 재정의 자동안전화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속세율 인하' 문제에 대해서는 "세율이 너무 높다 생각한다. 하지만, 야당은 '부자감세'라고 생각해 협상이 잘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외국에서는 상속세를 오히려 폐지하는 상황이고, 우리나라도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나 돼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 박지숙·이현재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세수난이 심각하다. 작년 연말 세수부족으로 공무원 월급지급에 차질이 빚어질뻔 했다. 이렇게 가다간 올해 12월에는 실제로 공무원 일부가 월급을 못 받게 될지도 모른다, 지자체들은 국고보조금축소로 지방재정이 파탄날거라고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세수는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국가재정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고견을 부탁드린다.

=금년도 상반기 세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치는 등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았던 결과로 봐야한다. 특히 금년 3월 법인세 신고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 1%p 증가에 세수가 2조 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므로 세수 문제 타개책은 경기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하반기에는 금년 상반기에 있었던 17.3조원의 추경 예산 편성과 투자·벤처 활성화 대책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한국은행도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정부가 예상한  2.3%보다 다소 상향된 2.8%로 상향 예측하고 있고 내년도에는 4.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세수 부족분도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Q. 세수난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침체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세금을 감면해 지원하는 것이 조세정책의 기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렇게 해 왔다. 흉년이 들면 나라 곳간을 열어 곡식을 나눠 주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최근 극심한 불황에도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최저한세율을 인상하는 등 사실상 '증세'를 추진하는 등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

= 관행화된 각종 조세감면에 대해서는 일몰이 도래하면 폐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고 국민 부담을 초래하는 세율 인상과 같은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경기 회복에 부담을 덜 주면서 조세 정의, 조세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최저한세율만 해도 순이익이 100억 원 이하인 대다수 기업들은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기존 세율을 유지했고 담세 여유가 있는 순이익이 100억 원, 1,000억 원 이상인 대기업에 한해 지난해 여야 합의로 각각 1%p, 2%p 세율 인상이 있었다. (하지만) 과도한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 인상이나 조세 정의, 조세 형평성 강화는 재정의 자동안정화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조치다.

Q.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투자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여기에는 세제지원이 핵심이라 본다. 투자환경조성을 위한 세제지원책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 이런 저런 이유로 감면되는 국세감면액이 연간 30조원에 이르고 있다. 세제지원은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서 기본적으로 한시적인 일몰제를 원칙으로 해야 조세 형평성과 재정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투자 환경 조성은 세제지원에 앞서 각종 규제 완화나 기업가 정신 고취에 노력해야 한다.   

Q. 기업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더욱 늘리는 제도가 올해 통과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내후년이다. 따라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을 추진, 시장에 투자 마인드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방안 중 일감몰아주기 이중과세 조정, 법인 비사업용토지 중과제도 폐지, R&D 투자세액공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제도가 당초 의도와 달리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고, 이중과세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투기 방지책으로 도입된 다주택자 중과제도나 법인 비사업용토지 중과제도는 일반 과세로 정상화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R&D 투자세액공제나 가업상속공제제도 개선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확대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Q. 전문가들은 상속세 개선 필요성을 많이 이야기 한다. 이 역시 경기활성화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예컨대 현행 세법상 100억원을 벌면 소득세와 상속세로 70억원을 국가가 가져가는데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때문에 힘들여 번 돈을 세금으로 내느니 현금으로 쌓아 놓아다가 물려주겠다는 심리가 확산, 요즘 자산을 5만원권으로 바꾸는 게 유행이다. 돈이 돌아야 하는데 금고에 넣거나 땅에 묻으면 경제의 혈관을 막아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상속세 개편이 절실하다고 보는데 위원장님 견해는 어떠한가?

=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 우리나라는 일본과 더불어 OECD 국가 중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지나치게 높은 세율은 지하경제를 조장하거나 국부의 해외 유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지난 2008년 정부는 상속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낮게 운용하는 국제적 추세를 고려하여 소득세율 수준과 동일하게 조정하는 세제개편안을 제출하였으나 재산 물려주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사례가 있다. 이를 교훈 삼아 상속세 개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아가는 전향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Q. 탈세와 큰 관계가 없는 규제성 세법은 하루 속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이는 기업 납세 순응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과 맞물려서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기업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성 세법을 개선하여 자료제출 요구를 최소화하고 표본 세무행정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세계 각국이 외자유치와 고용창출을 위해 치열한 조세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세무조사 기법과 범위를 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며 성실납세자를 적극 발굴해 우대하는 납세자 친화적인 조세제도를 구현해야 한다.

Q.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데 경제민주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경제민주화와 경기활성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보는가?

= 경제민주화의 의미는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시장경제가 원칙이고 보완적으로 소득분배, 경제안정, 경제력 남용 방지를 위한 규제와 조정의 필요성을 규정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소득 재분배를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경기활성화와 경제성장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Inside Interview-사람의 '香']
날카로움 뒤, 숨겨진 '할배 미소' 트레이드 마크
40년 넘는 공직생활로 몸에 밴 '조율'과 '타협' 리더십

손자이야기가 나오자,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나라 경제'를 논하던 그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8살짜리 손자가 쓴 '편지'에 감동하며 마냥 미소를 머금은 표정은 영락없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날카롭던 기획재정위원장의 위엄(?)은 사라졌다. 

경제통(通)들이 즐비한 19대 국회 기획재정위를 이끄는 강길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경제 성장이 동시에 요구되어 자칫 정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조율'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증세'나 '경제활성화' 등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여야가 서로 대화를 나누면 안 될 게 없다. 계속 논의하면서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의 '조율력'은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우체국 행정 조사보인 말단 공무원에서 시작해 주경야독으로 대학졸업과 행정고시 패스, 건설교통부 차관까지 두루 거친 행정경험 덕분이다.

'자수성가'의 길을 걸어온 그지만,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치인으로 제2의 삶을 살면서 특히 아내에게 미안해 했다. 강 위원장은 "아내가 건강이 안 좋은데, 정치판에 들어와 집사람이 고생해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매사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게 '좌우명'"이라는 강 위원장은 "농사짓던 사람이라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생각한다. 정치판의 술수와 거짓말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건강비결마저 '걷기'인 그는 "한강변 산책과 주말엔 지역구인 울산 울주군에 내려가 등산을 한다"며 "24살까지 농사를 지었는데, 그때 체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지 않나 생각한다"고 '흙과 함께한 지게꾼'임을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강 의원은 울산이 산업화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면서 지난해 '울산공업센터 50주년'을 맞아 만든 동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 카드사 광고를 패러디한 이 영상은 강 위원장이 직접 울산 공업지대와 명소 곳곳을 누비며 어색하지만 재미난 춤사위를 보여준다. 그는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며 "한 겨울에 여름을 연출하느라 동원된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술'은 입에 대지 않고 유일하게 부르는 노래는 '울고 넘는 박달재'"라며 멋쩍게 웃는 강 위원장. 오래된 공직자의 사명이 몸에 밴 그였다.

[약력]
▲1942년 ▲울산 울주 ▲언양농업고등학교-성균관대 행정학과-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경원대 대학원 박사(도시공학) ▲보통고시(1960. 15회) ▲행정고시(1971.10회) ▲건설부 수자원국 사무관 ▲주 요르단 대사관 건설관 ▲건설부 과장, 국장(도시국 주택국) ▲건설 경제국장 ▲청와대 지역균형발전 기획단 ▲대통령 건설교통비서관 ▲한국감정원장 ▲건설교통부차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17~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 울산 울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