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 동안 수 백억원의 혈세를 들여가면서 미국, EU와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홍보해왔던 정부가 정작 FTA가 발효된 뒤에는 "FTA에 따른 실질적인 가격 인하효과는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해명했다.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인하는 단순한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봐야지 작황이나 유통마진까지 고려해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의 FTA 효과 홍보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주영섭 관세청장은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세청 국정감사에 출석, "FTA 관세인하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의 지적에 "FTA 관세인하효과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얼마로 갈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미국산 체리를 예로 들면서, "정부는 올해 3월 체리 값이 48% 낮아졌다고 홍보했는데 이는 관세인하율(24%)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낮게 떨어진 것"이라며 "이는 관세인하보다는 미국 워싱턴 체리작황이 풍년이 들어서 공급이 많아진 효과"라고 정부의 과대홍보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미 FTA로 관세 3284억원이 감면됐으나 소비자 체감효과는 실제로 미미하고, 이 부분이 수입업자 배만 불린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해 대기업에게만 효과 돌아가고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서민들은 별다른 효과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주 청장은 "최종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예컨대 농산물은 작황, 공산품은 인건비 등 다양한 수요·공급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FTA 관세인하효과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정확히 얼마나 갈지는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주 청장은 특히 "(정부의 FTA 관세인하 홍보는) 경제학 원론 차원에서 관세 떨어지면 가격 떨어진다는 차원에서 설명한 것"이라며 "한해 전체 소비금액 700조원 가운데 관세효과 3200억원 수준은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실제 체감효과는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이 "FTA를 체결할 때는 수백억원을 홍보비로 쓰고 이제 와서 마진, 작황 등 얘기하면서 체감효과 없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무책임한거 아니냐"고 몰아붙이자, 주 청장은 "포도주, 오렌지주스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이 확실히 떨어졌다"고 반박했다.
한편 주 청장은 FTA 체결에 따라 관세가 인하된 8000개의 품목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22개 품목 이외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품목이 더 있는지 조사해 달라는 김 의원의 지적에 "품목별 관세인하 효과는 추정치고, 개별품목 관세감면효과를 다 집계한 수치는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