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국정감사에서도 관세당국의 대기업 특혜 의혹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국감에서는 롯데·신라 등 일부 대기업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면세점 운영 관련 특혜가 제공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또한 원산지관리 업무를 비롯해 관세청 핵심업무로 자리잡은 FTA 행정은 물론, 경제국경을 책임지는 관세청의 총기·마약류 밀수입 단속 등 각종 수출입통관에서도 여러 가지 허점에 대해 의원들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면세점 운영, "롯데·신라 등 대기업특혜 몰아주기?" = 이날 국정감사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관세청의 면세점 운영에 대해 사실상 일부 대기업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재벌 면세점에 대해 정부는 자발적으로 징세권을 포기한 대신 면세사업 허가했다"며 "이로 인해 이들은 사실상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 의원에 따르면 면세점 사업으로 정부가 받는 수수료는 대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새발의 피'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롯데·신라 등 재벌면세점의 매출액은 4조4000억원에 달했지만, 면세점 특허 수수료로 정부가 받은 돈은 고작 12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훌쩍 넘긴 롯데면세점 본점의 경우 납부한 특허 수수료는 90만원에 불과했고, 호텔신라의 경우 총 수익의 30%를 면세점 사업에서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에서 면세점을 운영해 배를 채우고 있는 대기업들이 정작 국산품은 취급하지 않고, 각종 외국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관세당국에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등의 국산품 매장 면적을 넓히는 노력을 전개하지 않아, 대기업들이 국산품 대신 수입품으로 면세점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을 보면 국산품은 24% 밖에 안 되고, 롯데·신라 면세점은 국산품 판매비중이 20% 미만"이라며 "롯데·신라 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면세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수입품 매장이 80%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면세점의 경우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혜택을 주고 있는데 국산품을 많이 판매해야 한다"며 "시내면세점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도 국산품 매장 면적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영섭 관세청장은 "출국장 면세점의 경우 국제규정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며 "요즘 국산품 면적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어, 출국장 면세점도 국산품 판매 면적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주 청장은 "최근 관세청 고시를 개정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면세점 운영을 맡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며 "더 이상 대기업에게만 면세점 특허를 주지 않고 중견·중소기업에게 특허를 줘서 국산품을 많이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디아지오코리아, BMW코리아 등 다국적 기업들의 관세 탈루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다국적 기업들의 특수 관계를 악용한 탈세가 빈번하지만, 관세청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다국적 기업 간의 특수관계를 악용한 국부 유출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들은 수출자와 수입자 간의 특수거래를 악용한 자의적 수입가격 조작 시도로 국부 유출 및 공정과세를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유명브랜드의 중소수출입업체 수입을 허용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병행수입제도에 대해서도 사실상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없고, 대형 수입업체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인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병행수입에 대해 관련 고시 자체가 기존 대형 수입업체인 권리자 위주"라며 "권리자가 병행수입물품이 위조품이 아닌 진짜라고 해도 지적재산권 관련법을 악용하면 그대로 통관 보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FTA 행정, 원산지관리 업무도 허술" = 특히 FTA 관세인하 혜택이 정작 국민들에게는 전해지지 않고 있고, 정부가 FTA 효과를 과대 홍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미국산 체리를 예로 들며 "정부는 올해 3월 체리 값이 48% 낮아졌다고 홍보했는데 이는 관세인하율(24%)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낮게 떨어진 것"이라며 "이는 관세인하보다는 미국 워싱턴 체리작황이 풍년이 들어서 공급이 많아진 효과"라고 정부의 과대홍보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미 FTA로 관세 3284억원이 감면됐으나 소비자 체감효과는 실제로 미미하고, 이 부분이 수입업자 배만 불린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다시 말해 대기업에게만 효과가 돌아가고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서민들은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주영섭 관세청장은 "최종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며 "예컨대 농산물은 작황, 공산품은 인건비 등 다양한 수요·공급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FTA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정확히 얼마나 갈지는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정부의 FTA 효과 홍보에 대해 "경제학 원론 차원에서 관세가 떨어지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차원에서 설명한 것"이라며 "한해 전체 소비금액 700조원 가운데 관세효과 3200억원 수준은 1만분의 1에 불과해 실제 체감효과는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EU·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가 연달아 발효되며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원산지관리 업무도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관세청 국정감사에 참석, 관세청의 원산지관리 전담직원 숫자가 크게 부족해 수출입 물품에 대한 원산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지금 관세청 직원이 4500명 가량인데 지금 원산지관리 전담인력이 22명"이라며 "원산지 관리가 안 되어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가 관세 세수보다 더 많다"고 꼬집었다.
마약청정국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제 특송화물 관련 마약류 단속 전담직원도 8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마약류 밀수 위험도 커졌다.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마약 밀수 현황을 보면 가장 건수가 많은 게 국제우편이며, 92건 중 10건은 주한 미군"이라며 "하지만 현재 담당 직원은 8명으로서 소량으로 들어오는 군사우편을 다 꺼내 보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연도별 총기류 밀수 적발 실적'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총 1020개의 총기류가 불법 밀수입돼 적발되는 등 총기류 밀수입 단속에도 구멍이 노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