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최태원, 최지성, 안원구 증인소환"
與 "재판 중인 인물 곤란, 고위 임원으로 대체"
8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2일차인 조세분야 검증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증인출석 문제로 극한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야권 의원들로부터 증인채택과 관련해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정상적인 국감 자체가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진통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급),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등 3인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경제민주화가 대선 화두로 된 상황에서 재벌기업의 대표적인 관행인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질문을 위해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신청했다"며 "법적,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반드시 증인신청 요청을 받아들여야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어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도 증인 채택할 경우 도곡동 땅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이미 말했는데, (증인채택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일감몰아주기는 공정위가 있는 정무위, 소상공인 문제는 지경위에서 주로 논의해야 될 문제"라며 "국감장에 증인으로 부르더라도 인신공격 가능성도 있고 공정한 재판을 받는데 악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새누리당은) 최태원, 최지성, 안원구 증인에 동의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최대 화두가 경제민주화이고 새누리당에서도 일감몰아주기를 근절 해야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왜 동의를 안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힘을 보탰다.
윤 의원은 "재판 중이라고 동의할 수 없다고 하는데, 최태원 회장 재판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 분식회계, 횡령· 배임죄에 대한 재판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며 "가령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재판을 받는다면 국감장에서 경제문제와 관련해 어떤 것도 묻지 못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설훈 의원도 "경제민주화가 화두인데 증인채택을 받지 않으면 정치권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새누리당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야권의 증인신청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의 공방은 계속됐고, 논란은 결국 로비 의혹까지 불러일으켰다.
안민석 의원은 "100% 단언할 수 없지만, 재벌총수를 부르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속하는 것은 재벌로부터 로비 받았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냥 증인채택 논의만 하다가 결국 무산된다면 이런 오해들을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재성 의원은 "과거에 한 차례 재벌총수가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그때 국회의원들은 회장님, 회장님이라며 매우 저자체로 임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며 "과거처럼 총수앞에서 의원들이 오금도 못펴는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형식적인 논의보다는 이 정도는 해야한다는 측면에서 전향적으로 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인영 의원도 "만약 증인채택 문제가 공방에 그치면 국민들은 또 국회의원들이 대선에만 관심있고 그것 때문에 적당히 뭉개고 은폐하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냐"며 "합리적으로 토론하다가 안되면 국회법에 따라 증인채택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야당의 요청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정치공세를 피하기 위해 우리 측도 문재인, 안철수 대권후보 가족들과 노정연씨 등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며 "우선 19대 국회의 바뀌는 모습을 위해 이번에는 총수가 아닌 실무담당 고위 임원을 증인으로 하는게 낫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야권이 제기한 로비 의혹과 관련해선 "자꾸 로비 얘기가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로비와 합리적인 의견개진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국회에 정부 관계자나 기업 관계자들이 찾아와서 말을 하는 것을 듣고 합리적이면 받아들이는 것이지 이것을 전부 로비로 바라보고 단정해선 곤란하다"고 일축했다.
나 의원은 안원구 국장 증인소환에 대해선 "검찰에서도 이미 3차례 수사했고, 개인적으로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온갖 얘기를 다 할 수 있다. 정책국감이 정치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안했으면 한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현재 야권은 증인채택이 계속 미뤄질 경우 국회법에 따라 표결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며, 여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우 그룹 고위 관계자로 증인을 대체하고 안원구 전 국장은 그동안의 검찰수사 등을 고려해 증인신청 자체를 받지 않는게 좋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여야는 이 문제를 합의하기 위해 일단 모든 국정감사 질의를 중단한 채, 간사단 협의를 위해 정회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