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사진=김용진 기자)
[인터뷰]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사진)은 현재, 새누리당내 전·현직의원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갖춰진 경제민주화 당론과 4.11총선 공약실천을 위해 만들어진 연구모임.
이 위원은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제기된 '포퓰리즘' 지적에 대해 "현 상황에서 재벌개혁은 옳은 것 아닌가"라며 "옳은 것인데 표도 되면 왜 안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은 또,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는 법안이 사실상 '박근혜 공약'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접점이 많다. 하지만 상식이라는 것은 다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25일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 매주 화요일 이른 아침 샌드위치를 먹으며 시작하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 그 핵심에서 '재벌 개혁'을 주장하는 이 위원을 여의도 당사에서 만나봤다.
[Q]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경제적 평등) 논쟁이 한창이다. 각 당 대권주자들이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이 같은 이슈가 나오는 원인과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A] 그동안 우리 사회가 성장위주로 많이 달려오면서 갈증들이 있었던 것 같다. 양극화와 경제 권력이 특정소수에게 집중돼서 부당하고 불법적 일들이 자행된 데에 갈증이 많은 것 같다. 시대정신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지금 상당히 많은 국민들이 경제민주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요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과 정치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건드리는 것이다.
97년 IMF 외환위기 맞았을 때 김대중 정부 때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많이 했는데, 100% 완전무결한 제도는 아니잖나? 신자유주의의 결함에 대해 보완하자는 상황이라 경제민주화가 사회전반에 만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적 의미로 봤을 때도 필요하다.
[Q] '경제민주화'를 소위 '재벌 때리기' 내지는 '부자 증세' 등으로 인식하기도 있다. 경제민주화는 정확히 어떤 개념이라고 생각하는가?
[A] '재벌 때리기'와 '재벌개혁'은 다르다. 각 당이 정치적인 이념좌표에 따라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는 조금씩 다르다. 우리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 조세정의'이지 이게 '재벌 때리기', '부자증세' 이것은 야당 쪽이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 권력의 폐해가 있어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과 같은 논리다. 정치민주화는 힘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작동하게 하면서 독재 없애고 민주화를 이루지 않았나. 경제민주화도 마찬가지다. 경제권력 집중돼서 불공정 거래, 부당담합행위 등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는데 민주주의 작동원리인 힘의 견제와 균형을 경제부분에서도 작동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독점의 폐해를 없애자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다. 재벌의 부당한 부분 없애자는 것인데 그걸 '때리기'라고 본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
부당한 것을 없애자는 게 '때리기'인가.
[Q] 이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쟁이 부각되면서 '성장'에 관한 논쟁이 움츠러들었다는 여론도 있다. 경제민주화와 성장의 양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성장을 위해서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지금 보면 지표상의 성장은 꽤 할 수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오고 나서 대한민국이 성장률로 보면 성적이 나쁘지 않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체감경기는 너무 나쁘다. 성장의 과실이 일부 재벌에게만 독점되고 사실 중소기업, 소상공인, 근로자들에게 내려오지 않지 않았나. 경제구조가 이분화 되면서 윗목으로 불이 안 온다. 이 성장의 과실이 나머지 경제주체들에게 온기가 골고루 퍼지게 하는 구도를 고치는 게 경제민주화니까 재벌만의 성장이 아닌 국민 전체가 성장하는 데는 경제민주화 없이는 어려운 것이다.
중산층 서민경제를 위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쉽게 말해 '보일러 공사'다. 지금은 아랫목만 쩔쩔 끓어 장판이 다 타버린 상태다. 윗목이 냉골이면 보일러 공사 해줘야 하는 것처럼 윗목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성장의 온기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가게 하는 보일러 공사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돕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Q] 경제민주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조세정의일 것이다. 최근 버핏세나 재벌세 등 이른바 부자 증세와 관련한 제도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떤 부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조세개편의 구체적인 방향이나 내용이 듣고 싶다.
[A] 조세를 보면, 사회 발전하는데 세제라는 것도 그 사회변화에 따라 변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조세제도에서는 더뎠다. 그래서 불균형한 상태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하고 공평하게 과세하는 것이 조세원칙인데, 요즘 보면 파생상품처럼 옛날에는 없었던, 돈을 버는 새로운 영역이 많이 생겼는데 그 영역의 과세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분들을 세제가 제대로 담질 못해서 월급생활자보다 몇 배 몇 십 배 버는데도 세금을 안내거나 거의 낮은 세율로 낸다. 같은 소득인데도 세율이 낮아 세제 형평성이 무너진 것이다.
이런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같은 소득이면 같은 세금을 내게 하는 조세정의를 먼저 복구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세금 당연히 내야하는데도 안내거나 덜 내고 있는 이 부분들을 먼저 찾아내서 세금 물리면 세수가 무지 늘어난다. 물론, 지하경제나 음성탈루소득도 당연히 찾아야할 일이고, 그건 좀 시간이 걸리니까. 그건 그대로 꾸준히 하되, 아까 말한 대로 주식의 양도차익과세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 상장기업의 대주주만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내고 있는데 대주주가 아닌 사람들이 수없이 주식으로 돈을 버는 건 세금은 안내는 것 아닌가.
이 부분부터 과세를 정당하게 하면 세수 꽤 나온다. 복지에 재원이 많이 필요하니까 그 세수를 그 쪽에 이용할 수 있고, 굳이 부자증세 필요 없이 이런 부분들로 상당한 재원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Q] 경제민주화가 대기업에 부정적이고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야하는 등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A] 추경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왜 우리가 상상도 안한 부분들을 주장하시는지 모르겠다. 복지도 정기예산에 반영됐는데 왜 추경이 필요하냐. 너무 앞서는 이야기다.
대기업을 죄인 취급한다기보다 대기업의 부당한 행위들을 죄악시하는 것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저 사람은 아주 쓸모가 없어"라고 하는 것과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라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대기업의 부당한 일, 불공정, 불법을 못하게 하자는 것과 대기업 자체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다르다. 재벌의 공, 과를 모두 인정하자는 것이다.
[Q] 몇몇 경제학자들은 중소기업 육성보다 재벌개혁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지적이 있다.
[A] 중소기업 육성에 대해서는 너무 급하시다.(웃음) 우선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이 먼저다. 재벌개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것들 백가지를 해도 무효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가장 핵심이 되는 재벌개혁을 다루고 난 다음 조세개혁, 노동시장개혁, 중소기업 육성 쪽으로 가야 한다. 그걸 다 한꺼번에 못한다. 최소한 1년 이상씩은 걸리는 것들이다.
[Q] 한편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이슈화 하는 게 '포퓰리즘'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A] 포퓰리즘이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표만 되면 무조건 한다는 건데 옳은 것은 표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현 상황에서 재벌개혁은 옳은 것 아닌가. 옳은 건데 다행히 표도 되는데 왜 안하겠나.
[Q]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지적되는 순환출자 금지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A] 신규 순환출자에 대한 금지는 당에서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법안 발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 기존 순환출자의 경우에는 원치 않는 부작용, 혼란이 올 수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종의 소급입법이라 신중하자는 것. 사실상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기존순환출자구조를 단계적으로 순화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뭐가 있나 연구 중이다.
[Q]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는 법안이 사실상 '박근혜 공약'과 맥이 같다는 지적이 많다.
[A] 접점이 많다. 완전 일치는 아니고, 상식이라는 것은 그쪽이나 이쪽이나 다 공감대를 이루는 것 아니겠나. 실천모임 안에 저부터도 '친박'이고 박 전 위원장과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쪽에서 이뤄지는 것을 캠프와 소통하면서 받아들이기도 하고 서로 발전하는 것이다. 또, 같은 당에 있으니 사적으로도 말을 하기도 하고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이 특강도 하고 이 모임 결성에 큰 역할 하셨다.
[Q] 모임에서 논의된 것들을 어떻게 법안으로 만들어내나?
[A] 여러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듣고 그것을 실효적인 법안으로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기존 순환출자문제와 관련해, 재벌들이 갖고 있는 지분만큼만 경영지배권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딱히 묘안이 있는 게 아니다. 한 어떤 전문가가 '가공의결권'을 뺏자고 하셨는데 과연 이걸 어떻게 법으로 만들 수 있을까 부작용은 없나 또 전문가에게 묻기도 하면서 고민한다. 법률은 우리끼리 문장이나 어휘 등을 다듬고 법의 부작용 같은 것을 논의한다.
[Q] 대승적인 측면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경제민주화에서 헌법 119조를 많이 말하는데 1항(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은 그동안 우리가 많이 치중해 왔다. 1항에 더 방점을 둬야한다는 갈증은 없는데 1항에 비해 2항(경제주체 간의 조화 위해 규제와 조정강조)은 상당히 그동안 소홀했다. 그래서 2항에 이제 방점을 둬야하는 시점이 된 것이라고 본다. 극심한 양극화 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중점을 두는 것은 공정한 시장경쟁이고 이를 위해 재벌개혁, 그 다음 조세개혁, 그 다음 노동시장개혁, 중소기업육성 방향으로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