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평가와 이전 가격의 조화(上)–최근 세법개정안의 주요 내용

외국의 모회사 또는 계열회사로부터 물품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판매하는 많은 기업은 국세목적상 적용되는 이전가격세제와 관세목적상 적용되는 관세평가제도의 규정이 서로 달라 이로부터 예상치 않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즉, 국세목적상 과세소득이 작다(즉, 수입가격이 과대하다)는 이유로 국세를 추징당했음에도 관세평가목적상 이러한 감액된 물품가액을 기준으로 관세를 환급받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반면, 외국 모회사에 지급하는 수입 가격이 사후에 증액되는 경우에는 관세를 추가로 추징당하는 등 관련 제도가 납세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운용되어 온 측면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초 작업으로써 2008년 초부터 정부는 이전가격세제와 관세평가규정의 차이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담반을 구성하였다.

그리하여 2009년 2월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간에 '이전가격과 관세평가의 조화를 위한 업무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 내용이 널리 보도하였는 바 이는 앞서 언급한 전담반이 일년동안 활동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양해각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국세청과 관세청은 이전가격조사 및 관세가격심사 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각 기관은 공동 조사를 상호 요청할 수 있고 이를 요청받은 기관은 상대방의 요청에 적극 협력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이전가격과세 또는 관세평가와 관련하여 양 과세관청이 보유생산한 정보와 자료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이전가격 조사기법 및 관세평가기법 상호 연수기회도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위와 같은 과세당국들의 노력은 한때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막연하나마 서두에 언급했던 문제들이 조만간 상당 수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위 양해각서가 체결된 이후 최근까지 무역거래를 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이중 불이익 해소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크게 개선된 조치가 마련된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급기야 국회는 2010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비판을 수용하여 기획재정부는 금년 초에 민간의 전문가와 해당 정부기관의 실무담당자로 구성된 '이전가격 과세제도 개선 태스크 포스팀'을 설치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마침내 지난 9월 초에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국조법 및 관세법에 대한 세법개정안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세법개정안의 주요 내용

국세와 관세의 과세가격을 상호 연계·조정함으로써 수입업체에 대한 불합리한 조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과세 가격을 상호 조정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였다(국조법 제10조의 2, 관세법 제36조의 2).

즉, 국세청 또는 관세청이 특수관계자 간 물품 수입에 대해 과세가격 변경 처분을 하고, 이를 이유로 납세자가 상대 과세관청에 경정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① 그 청구를 받은 과세관청은 변경된 가격이 각각 관세법 또는 내국세법 상으로도 적정한 것으로 인정되면 관세 또는 국세의 과세가격을 조정하도록 하였으며, ② 상호 간에 이견이 있는 등 필요한 경우 국세청과 관세청은 과세가격의 조정을 위해 상호 협의하도록 하였다.

또한 국세와 관세 간 과세가격 조정을 통해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도록 특수관계자 간 물품수입거래 관련 국세와 관세 과세가격이 상이하게 결정되는 경우 국세와 관세 간 조정을 위하여 과세가격조정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였다(국조법 제10조의 3, 관세법 제36의 3).

이러한 과세가격조정 심의위원회는 납세자의 신청에 따라 개최되며, 정부(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및 민간 위원들로 구성하고, 이러한 조정심의위원회의 조정안은 과세당국에 권고적 효력이 생긴다. 해당 규정은 2012.7.1 이후 시행될 예정이며 이와 관련된 조정심의위원회 구성, 운영 방법 등 세부 사항은 향후 시행령에 위임되어 세부적으로 규정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과세 정보 교환을 통하여 국세 및 관세부과 징수를 원활하게 하고, 과세 가격 조정의 정확성을 확보하도록 국세 및 관세의 부과 또는 징수 또는 국세와 관세 간 과세가격 조정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세청과 관세청 간 정보를 상호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국조법 제11조의 2, 관세법 제29조).

이 밖에도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납세자 권익 보호 및 편익 제고를 위하여, 특수 관계 영향 등으로 신고한 거래 가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세관장은 그 판단 근거를 사전에 납세의무자에게 통보하고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였고(관세법 제30조), 과세가격사전심사(수입물품의 과세가격 결정방법을 수입신고 전 신청하여 승인받는 제도) 신청 시 그 신청 이전의 과소신고에 대하여는 과소신고가산세를 면제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