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신고확인제도 성패의 열쇠

□ 성실신고확인제, 과연 성실신고를 달성할 수 있나?

정부가 강력하게 도입하고자 했던 세무검증제가 진통끝에 지난 4월 초 성실신고확인제로 입법되고 최근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었다.

일정한 규모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사로 하여금 기장 및 신고의 성실성을 검증하게 하여 과표양성화를 이루기 위한 이 제도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 내년 종합소득세신고 때부터 선을 보이게 된다.

정부가 과표양성화라는 정책목표달성을 위해 당초 입안했던 내용 중 적용대상과 검증방법, 혜택과 책임 등 많은 부분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없어지거나 바뀌었지만 정부는 별다른 보완책 없이도 여전히 조세탈루가 많은 납세자그룹을 성실한 납세자그룹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세금을 더 내야하는 대상 납세자와 성실신고를 확인해야하는 세무사가 어떻게 제도를 받아들이고 수행하느냐에 제도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에 이를 가로막는 여러 허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납세자의 부담만 주는 형식적인 제도가 될 가능성도 커서 그 성공을 장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 성실신고확인제,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성실신고확인 대상이 문제로 대두된다. 제도의 적용대상은 당초 정부가 세무검증제를 도입하기 위해 고려하였던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가 아니라 외형규모가 비교적 큰 제조, 도소매 및 건설업 등 일반적인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매출과 매입거래 대부분이 세금계산서로 거래되는 사업자여서 제도가 도입되어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효익보다 비용이나 불편이 크게 늘어나 결국 이 제도를 일반적인 신고납세제도의 하나로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불성실한 납세자그룹에 대한 선별적인 확인제도로서 특화할 것인지 정부에게 숙제를 안겨줄 것이다.

성실신고확인의 범주와 방법을 살펴보면 더 큰 문제점이 보인다. 세무사가 성실신고확인을 하는 방법은 납세자가 제시하는 장부와 증명서류에 의해 기장의 적정성만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원천적으로 매출을 누락하거나 필요경비서류를 허위로 제시해도 달리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신고성실성과 직접 관련된 손익의 적정성을 검증하여야 하는 성실신고확인제에서도 외감법에 의한 회계감사와 마찬가지로 거래관련 서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만약 현행과 같이 기장 및 결산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의 성실신고확인이라면 세무조정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존재가치에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제대로' 성실신고확인을 할 수 없게 되면 이 제도는 납세자에게 불편과 부담만 안겨주는 새로운 규제에 불과할 뿐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또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면서 뒤따라야하는 납세 당사자들에 대한 유인책도 미흡하기만 하다.

정부는 성실신고확인에 드는 비용의 60%를 최대 100만원까지 세액공제 해주기 때문에 납세자의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보조금의 성격인 세액공제액은 최저한세가 적용되는 등 납세자의 비용부담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결손납세자의 경우에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결손사업자는 성실신고확인을 하지 않아도 가산세가 없는 만큼 세액공제를 받지 못해도 괜찮다고 한다면 누가 이익이 난다고 제대로 신고할 것인가?

성실신고확인 납세자에게 세무조사에 대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납세자가 이 제도를 통해 전문가의 성실신고확인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성실신고확인을 받지 않은 다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세무조사대상이 되는 것과 이 제도를 따르지 않는 경우에 가산세만 부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납세자의 성실성이 추정을 넘어 입증된 것이라면 확인내용에 중대한 하자가 있거나 조세탈루가 명백하지 않는 한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논리에도 맞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전자신고와 전자세금계산서를 도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세무사가 제도성공의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세무사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성실신고확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고 책임한계가 임의적이기 때문에 과표양성화를 위해 자신들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피해의식만 팽배하다.

성실신고확인의 주체인 세무사의 의식이 이런 상황에선 성실신고확인제가 아무리 강제화되고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가산세와 세무조사 등 제재수단을 동원한다 해도 시늉만 낼 뿐 정부가 진정 원하는 과표양성화는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그동안 납세자가 스스로 성실히 신고하였거나 정부가 세무조사를 통해 과표양성화를 할 수 있었다면 성실신고확인제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실신고확인제는 양식있는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결국 신고납세제도와 세무조사로 다 못한 성실신고를 이루자는 것이다. 책임있고 성실한 세무사가 제도를 주도하게끔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법제화하는 것은 제도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가 아닐 수 없다.

□ 정부-세무사-납세자, 역할분담과 감독 철저해야 성공한다

정부가 의욕만 가지고 도입했던 세제가 어떻게 실패했는지는 과거 사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납세자의 세액계산과 신고편의를 도모하고자 혁신적인 취지에서 정부가 도입했던 성실납세제는 최근 제대로 효과도 보지 못한 채 몇 년 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납세자에게 이로운 제도라며 일방적으로 도입만 했을 뿐 홍보가 부족했고, 제도를 직접 이행해야 할 납세자와 세무사로부터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도입된 성실신고확인제 역시 정부가 장밋빛 목표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실패했던 다른 제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표양성화와 성실신고라는 정책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납세자에게 불편과 부담만 주는 형식적인 제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둘러 이 제도를 회계성실성을 명확히 검증하고 담보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시스템으로 개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정부-세무사-납세자 삼자 모두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지 확인과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