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域外脫稅)' 문제에 대한 개관(槪觀) -(하)

□ 역외펀드 관련 조세제도

현행 우리나라 세법상 역외펀드 또는 역외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규정은 크게 소득세법상 펀드에 적용되는 규정과 국제조세조정에관한 법률(이하 국조법)상 조세피난처에 적용되는 규정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소득세법상 펀드에 적용되는 규정을 보면, 국내투자자가 받는 이익은 역외펀드가 회사형(會社型)인 때에는 '외국법인으로부터 받는 이익이나 잉여금의 배당 또는 분배금과 당해 외국의 법률에 의한 건설이자의 배당 및 이와 유사한 성질의 배당'에 해당돼 배당소득으로 과세된다.

역외펀드가 신탁형(信託型)인 때에는  '국외에서 받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투자신탁의 이익'에 해당, 역시 배당소득으로 과세된다.

한편 법인세법 제51조의2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 배당시 국내 회사형 집합투자기구에 허용되는 '배당소득공제'는 역외펀드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역외펀드 중 신탁형 펀드는 외국투자펀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2 제2항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등록해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지의 여부, 매년 1회 이상 결산∙분배를 하는 지의 여부 또는 금전으로 위탁받아 금전으로 환급하는 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적격 집합투자기구로 취급돼 우대를 받는다.

한편 법인세법 제57조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내 투자펀드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의 특례제도는 역외펀드에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역외펀드의 경우 개인투자자가 국내대행기관을 통해 역외투자펀드의 지분을 취득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원천징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역외펀드의 국내투자자가 투자수익을 국내 과세당국에 신고·납부하는 방식으로 납세를 해야 하는 것이다.

□ 조세피난 과세제도

역외펀드 또는 역외금융회사와 관련된 조세회피방지제도를 살펴보려면 우선국조법상 조세피난과세제도에 대한 일반적 사항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세피난처가 거주지국인  외국법인에 대하여 내국법인이 출자한 경우 그 외국법인과 내국인 사이에 특수관계가 존재한다면 동 법인은 소위 특정외국법인으로 취급된다.

그 결과 특정외국법인의 배당가능유보소득 중 내국인에게 귀속될 금액은 이를 실제로 배당하지 않더라도 각 사업연도 종료일 다음날부터 60일이 지나면 내국인에게 배당된 것으로 보아 내국인에 대하여 소득세나 법인세를 과세한다.

다만, 특정외국법인이 조세피난처에 사무실 등 고정된 시설을 가지고 이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제조업∙건설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조세피난과세제도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또한 조세피난과세제도는 내국인이 특정외국법인의 총 주식의 20%를 직∙간접으로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만 적용한다.

여기서 조세피난처란 법인의 부담세액이 당해 실제발생소득의 15% 이하인 국가 또는 지역을 말한다.

이와 같은 일반적인 조세피난 과세제도를 역외펀드의 맥락에서 설명한다면, 내국인이 국조법상의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회사형 펀드에 투자하고 그 펀드 소유 지분을 20%이상 소유하게 되면, 동 펀드에 유보한 이익에 대해서는 주주인 내국인에게 매년 지분비율에 따라 동 유보소득이 배당되었다고 간주해 과세를 할 수 있다.

이는 뒤바꿔 말하면 내국인이 역외펀드를 설립하거나 기존의 역외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회사형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동 펀드의 소유지분을 20% 미만으로 유지한다면, 조세피난과세세도의 적용을 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하는 역외펀드의 성격이 신탁형인 경우에는 현행 조세피난과세제도의 적용 여지는 더욱 없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캐나다, 독일 등과 같이 이에 대비한 별도의 조세피난과세제도를 굳이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 세제상 도관의 성격을 지닌 '신탁'의 본질적인 성격에 비추어 신탁에서 창출한 이득은 매년 동 신탁의 수익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만일 동 수익자가 내국인이라면 동 내국인의 과세소득에 신탁의 이익이 매년 말 귀속된다고 보아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 제도의 문제점

그런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2 제2항이다.

이 규정은 '제1항을 적용할 때 국외에서 설정된 신탁은 제1항 각 호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제1항에 따른 집합투자기구로 본다'라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신탁형 역외펀드는 비록 매년 1회 이상 결산∙분배를 하는 지 등의 소득세법 시행령상의 추가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소득세법상 적격 집합투자기구로 취급되어 집합투자기구에 귀속되는 모든 소득은 통산되고, 투자자가 환매 또는 결산분배를 통해 그 이익을 수령할 때 과세된다.

또 그 이익 중 일정한 손익은 과세 제외되고 과세소득계산에 있어 운용보수 등 각종 수수료를 차감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신탁형 역외펀드는 현행 소득세법과 국조법상 과세 이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편 외국투자펀드의 경우 국내 투자 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에 의해 펀드 투자자에 대한 소득 지급시 소득세 원천징수가 이루어지나, 역외펀드의 경우에는 투자자가 스스로 역외펀드로부터의 소득을 신고·납부를 해야 하므로 소득 발생시  대사(cross-check)  장치가 없어 소득탈루가 용이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 개선방안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해외에 소득을 지속적으로 유보시킴으로서 과세가 이연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다른 또 하나는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이 국내 과세당국에 적정히 신고 납부 될 수 있도록 해외발생 소득을 대사할 수 있는 장치를 좀더 공고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조법에 조세피난과세제도를 두고 있어 해외에서의 부당한 소득 유보를 막기 위한 기본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세청의 역외탈루소득에 대한 세무조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역외펀드를 통한 탈세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조세피난처 과세제도가 적용되는 기준(threshold)이 20%이므로 이 보다 작은 지분비율로 조세피난처 소재 회사형 역외펀드에 투자를 함으로써 조세피난과세제도의 적용을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면 납세자들의 납세협력비용을 감안, 일반적인 특정외국법인에 대해서는 현행의 기준을 유지하되 회사형 역외펀드에 대해서는 국내투자자가 일정규모 이상의 투자를 역외펀드에 하는 경우 펀드에 대한 지분비율에 관계없이 조세피난과세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신탁형 역외펀드의 경우 이를 이용한 해외에서의 과세이연이 제도적으로 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2 제1항의 규정으로 인해 해외에서 설립된 신탁형 역외펀드는 매년 1회 이상 결산∙분배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현행 소득세법상 적격 집합투자기구로 취급되어 이익을 실제로 수령할 때 거주자나 내국법인에 과세된다. 역외펀드를 이용한 과세이연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세법시행령 제26조2 제2항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즉, 현행 '국외에서 설정된 신탁'에 대해 무조건 소득세법상 적격집합투자기구에 적용되는 혜택을 부여할 것이 아니고 독일의 입법례 에서와 같이 국외에서 설정된 신탁을 그 성격에 따라 세분해 투명성이나 과세당국에 협조하는 정도가 국내의 적격집합투자기구에 상응하는 것에 현행과 같은 혜택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또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모두 일반 신탁의 법리가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적격집합투자기구가 향유하는 과세이연의 혜택을 배제시키자는 것이다.

독일은 외국펀드(foreign funds)를 법률적인 형태에 관계없이 transparency와 국내 펀드와의 부합성을 기준으로 high-level funds, medium-level funds, low-level funds의 세가지로  구분하여 조세혜택을 차등적용한다.

위와 같은 제도개선과 더불어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 대사(cross-check)기능 강화를 위한 장치로 최근 조세피난처와 추진하고 있는 조세정보교환협정 또는 강화된 OECD 정보교환 조항규정이 포함된 조세조약의 체결 또는 개정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새로 도입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납세자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긴요하므로 이를 위해 동 제도에 따라 해외계좌신고를 성실히 수행하는 납세자에게 과거의 탈세부분에 대한 형사처벌 제외 또는 가산세 감면 등과 같은 과감한 유인책도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해외발생 소득의 대사기능 강화를 위해 우리나라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해외에 소재하는 역외펀드 또는 역외금융회사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우리의 금융당국이 입수하는 제반 투자정보를 국세청에 정기적으로 자동적으로 통보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역외펀드 또는 역외금융회사에 투자하는 거주자나 내국법인은 현재도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라 한은총재, 금융위원회에 설립·운영에 관한 제반사항을 보고해야 하며 여러 공시의무도 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가 과세자료제출관리에관한법률의 시행규칙 상의 통보 대상자료 범위에 명확히 포함되도록 해 과세당국에 적기에 통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