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 급등, 감세정책 수정해야"
최근 정치권에서 2012년으로 예정된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세정책을 걱정하는 학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사진)는 18일 조세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감세정책을 내놓았지만, 이후 금융위기라는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며 "현재의 재정·경제상황에 맞게 감세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재정적자를 고려해 감세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진 마당에 소득세(최고세율구간)까지 감세한다면 소득재분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소득세 감세안의 수정에 무게를 뒀다.
박 교수는 또 법인세 감세와 관련해 "외국기업·자본의 국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인적자원을 비롯한 산업인프라 구축이 더 중요하다"며 "세금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현재 기업들이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에 이어 법인세율 인하까지 철회될 경우 세부담이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임투공제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감세조치로서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 단계에 들어선 현재 이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교수와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
□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감세 철회'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소득세·법인세율 인하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는 무엇인가
=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감세정책을 내놓았으나,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라는 예측 불가능했던 변수가 나타났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적자가 급격히 불어난 현실을 고려할 때 정권 초기에 마련했던 감세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보다는, 현재의 경제·재정 상황에 맞게 감세를 철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문제는 어떤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 일단 소득세 최고세율을 감면한다는 현 정부의 감세정책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 세금을 많이 납부하는 고소득층에게 감세혜택을 줘야 비로소 감세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세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사회는 소득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소득층에게 소득세까지 감면해 줄 경우 소득재분배 달성은 한층 어려워질 것이므로 소득세 감세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급증하는 복지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소득세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만 현재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는 철회해야 한다.
□ 현재 22%로 규정된 법인세 최고세율이 경쟁국보다 높아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물론 법인세율 인하는 외국기업 및 해외자본의 국내투자를 유도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외국기업·자본의 투자기준이 낮은 세율만은 아니다. 인적자원 등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산업인프라가 주요 고려대상이다.
세금을 적게 걷고 산업인프라에 적게 투자하는 국가와 세금을 좀 더 많이 걷는 대신 사회 전반에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 중 어느 곳이 기업하기 좋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너무 세율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을 우리나라의 경쟁국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쟁국은 중국과 일본이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법인세율은 각각 25%, 30%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 기업들은 내년부터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폐지되는데 법인세율 인하까지 철회될 경우 세금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 법인세율 인하를 전제로 임투공제가 폐지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이름 그대로 '임시'로 감세혜택을 적용한 것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는 기업투자를 촉진시키고,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임투공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회복단계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생각할 때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지속할 필요는 없다. 또 다시 경제위기가 닥칠 경우에 임투공제를 부활시키면 되는 것이다.
다만 임투공제 혜택이 대부분 수도권 밖에 위치한 지방에 적용돼 왔기 때문에 기업들의 지방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방 투자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세금감면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근 여당에서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가고 소득세 감세는 수정이나 철회해야한다는 쪽으로 부분 감세 철회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 여당 내 일부의원들의 소득세 감면에 대한 수정·철회안은 정치적인 입장에서 내놓은 절충안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에게 부과되는 소득세의 특성상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가 법인세와 비교해 '부자감세' 공격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세는 부자가 부담하고, 법인세는 부자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법인세는 실제로 주주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개인보다 더 큰 부자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부자감세 차원에서 생각해 볼 때 소득세 감세와 법인세 감세는 딱히 차이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