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임가공 관세제도 개선되어야

해외 임가공무역은 국내 생산된 원·부자재를 수출해 해외에서 제조·가공한 완제품을 수입하거나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형태이다.

이는 외국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나 우수한 기술력을 이용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국제적으로 각국의 분화된 생산요소의 활용 없이는 각 기업의 경쟁력강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해외 임가공무역의 확대현상에 대해 최근 노사관계 불안, 고율 임금상승 등으로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제조업 공동화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관세규정에 의하면 해외임가공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원·부자재를 수출, 해외에서 임가공을 거친 후 완제품을 수입해 관세를 납부하는 경우 해외 임가공업자에게 지급한 임가공비 외에도 수출 원·부자재에 대한 금액을 생산지원비로 보아 ( WTO 평가협정)관세를 부담토록 규정하고 있다.

실무상은 이중과세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Kyoto 협약 특별부속서 F 제2장 국외가공 동일상태 재수입을 근거로 관세법 제101조에 따라 관세를 경감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관세환급특례법에서도 해외에서 위탁가공할 목적으로 원·부자재를 반출하는 경우 관세환급 대상으로 인정해 수출한 원·부자재의 이중과세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부가가치세법상 임가공물품은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과세의 대상이 아님에도 해외임가공이라 하여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문제점도 있다.

즉, 국내임가공물품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는데 반해 해외임가공물품은 수입이라고 하여 과세하는 것은 부가가치세의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아울러 이러한 제도를 악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경감받은 경우 관세포탈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해 주의를 하지 않으면 자칫 관세범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

해외임가공과 관련해 복잡한 서류제출을 요구하고 우리나라 해외 임가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섬유류, 기계류, 화학공업제품에 있어 수출된 원·부자재 금액에 대한 관세 경감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제조업 공동화’를 우려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최근 우리산업의 발달로 이미 해외임가공이 보편화된 산업군(섬유산업, 기계산업 등)에 대하여는 국외가공제조업의 공동화를 늦추는 효과보다 특정산업에 대한 대외경쟁력 약화라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산업군의 기업들은 부정한 방법에 의한 수입신고로 인해 관세법상 범죄자가 될 환경적인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근 들어 고임금, 잦은 노사분규, 높은 물류비용 등으로 인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통해 제조업 기업체 수와 근로자 수 모두 감소하고 있다.

이것이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면서 1차 산업에서 2차, 3차 산업으로 이행해가는 어쩔 수 없는 추세라면, 과감히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분야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해외임가공기업은 주로 영세한 기업이고 이러한 기업들이 오히려 대기업보다 규제에 따른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해외임가공으로 인한 산업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것보다 대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영세기업 입장에서의 '규제완화'라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큰 것이므로 과감히 관세규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