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금액 2배 확대…"다자녀 가구 세부담 줄어든다"
"조세지원 한계…출산 부담 없는 사회여건 마련 우선"
올해 초 발표한 2010년 업무계획을 통해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방편으로 가족친화적 세제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던 정부의 호언은 현행 다(多)자녀 추가공제 금액을 2배 확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세제개편안 발표 직전까지 다자녀 가구에 어떤 세제혜택을 부여할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예산과 실효성 문제로 다자녀 가구에 대한 세제혜택 수준을 결정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당초 재정부는 아이가 많은 가구의 세금부담은 줄여주고 상대적으로 자녀가 적거나, 아예 없는 가구의 세금부담은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재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다자녀 추가공제만 2배로 확대하는 수준.
재정부는 현행 자녀 2명 50만원(추가공제), 2명 초과시 1인당 100만원인 다자녀 추가공제 금액을 각각 자녀 2명 100만원, 2명 초과시 1인당 200만원으로 늘렸다.
이 같은 제도개선으로 다자녀 가구의 세금부담은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출산을 장려하는 세제혜택으로서는 한계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출산 이후의 경제적 부담(근로 및 교육 문제)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제지원을 통한 출산률 제고는 '허상(虛像)'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대한민국 위협하는 저출산의 '공포'=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5명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국세청이 분석한 2008년 근로소득 연말정산 지급명세서(과세미달자 제외)신고현황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797만9329명 중 자녀 2명 이상으로 다자녀 추가공제를 받은 근로자의 숫자는 177만791명으로 전체의 22.2%에 불과했다.
또한 6세 이하의 자녀에 지원되는 연간 100만원 한도의 자녀양육비 소득공제 지원액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조세지출보고서에 따르면 자녀양육비 소득공제로 3410억원(잠정)이 지원, 2008년(3633억원)보다 177억원(약 4.9%)이 감소됐다.
각종 지표상으로도 저출산 현상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저출산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상당수 선진국들이 골치를 앓고 있는 최대의 '난적(亂賊)'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수년 전부터 출산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결코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 세제지원 통한 저출산 극복?-"재정지원 절실"=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한 조세정책을 도입해 왔다. 대표적인 제도가 다자녀 추가공제, 출산공제(출산 또는 입양하는 해 1인당 200만원 공제), 자녀양육비 공제 등이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인 출산률 제고 정책을 뒷받침하는 보조수단일 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세금공제의 효과는 '반짝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따라서 다자녀 추가공제를 확대한다해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는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부터 자녀가 2명이상인 가구의 세금부담이 소폭 줄어드는 효과 정도다.
예를 들어 총급여 5000만원 4인 가구(자녀 2명)는 세부담이 245만7000원에서 238만2000원으로 감소하고, 5인 가구(자녀 3명)의 경우 208만2000원에서 185만7000원으로 줄어든다(기본공제 적용, 특별공제 제외).
실질적인 출산률 제고를 위해서는 세제혜택보다는 출산 이후의 경제적 부담, 즉 보육시설 확충과 양육비(교육비) 지원 등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녀를 더 많이 낳는다는 통계도 이들 계층이 출산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평균 35세∼44세 기혼여성의 출생아 수를 분석한 결과 소득이 높을수록 출생아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1자녀 비율은 감소하고, 2자녀 비율은 증가했다. 소득 5분위(25세∼44세) 중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 계층의 두 자녀비율은 45.1%, 5분위 계층은 61.8%로 16.7%p나 차이가 났다.
저출산 문제는 보육, 양육비, 교육비 등 자녀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유발된 측면이 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제지원보다는 재정지원을 통해 보육시설을 늘리고 저소득층에 직접적으로 양육비를 지원하는 체제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국회에서는 자녀양육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하거나 자녀양육비 공제금액과 공제대상 나이를 확대하는 등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세법개정안이 계류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