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학 듣다가 인생전환…삼일 파트너급 1호 여성회계사
미국서 해외주재원소득세 분야의 희망을 보다-틈새 가치 이끌어 낸 선택
가능성 1%라면 충분…감동주는 서비스 위해 최선
연세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과에 다니던 평범한 여대생이 자신의 진로를 세무회계분야로 돌렸던 것은 당시엔 그냥 호기심이 발단이 되었다.
정연성 삼일회계법인 상무가 지난 83년 식품영양학과 4학년 때 경영학과 건물에서 회계학을 수강했던 것은 '식품구매를 하면서 회계 원리를 이용해 관리하면 좋겠다'는 단순한 이유.
그러나 회계학을 공부하기 위해 찾던 경영학과 건물에서 국내 은행이 대졸 여사원을 공채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입사 시험을 준비하던 중 외국인 은행 국내지점의 회계부서에 입사하게 되면서 당초 설정했던 그의 목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됐다.
그는 "사실 영양학과에 들어갈 때는 여자가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선택한 것이었다"며 "경영학과 쪽에서 강의를 듣다보니까 은행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외국계 은행의 회계부서에 들어가 업무를 배우며 현재에 이르렀다"고 술회했다.
■ 운명이 시킨 방향-삼일 파트너급 1호 여성회계사
정 상무의 첫 직장은 외국계 은행인 미들랜드뱅크(후일 HSBC에 합병)였다.
그는 이곳에서 현재 푸르덴셜에서 일하는 손병옥 부사장을 상사로 만나게 됐고, 업무적으로 성장하고 여성 직장인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정 상무는 지난 86년에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게 됐고, 미국 베이뱅크(現 Bank of America)에서 5년간 근무하다 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후 다시 국내에 들어와 입사한 곳이 세동회계법인이었다.
이후 PwC의 합병에 따라 지난 99년 세동에서 삼일로 옮겨가게 됐고, 그는 삼일에서 여성회계사로서는 최초로 파트너급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성이고 엄마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지난 95년에 미국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고 결국 이 방향으로 오게 됐는데 아이들도 남편도 제가 파트너라는데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 가족 때문에 선택한 해외행-HRS의 희망을 보다
정 상무는 삼일에서 국내외 파견 관련 세무를 전담하는 HRS팀(Human Resource Services, 조세8팀)을 이끌고 있다.
HRS 업무는 국내외 파견 주재원의 세금 보전 정책 자문, 세금 정산 실행, 종합소득세 등 신고의무 이행 준비와 해외파견 주재원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법인을 위한 급여, 기장, 부가세 신고 등의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최근 들어 틈새시장으로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HRS가 업계에서 주목을 끌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 상무는 지난 2001년 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된 남편을 따라 1년간 휴직을 한 뒤 미국행을 나서게 되는데 이때 부분적으로 접근했던 HRS 분야가 향후 굉장히 클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후 정 상무는 삼일로 복귀해 2003년 7월 HRS팀을 만들었고, 현재는 별도의 독립된 팀으로 분리돼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돌풍의 핵'이 된 것.
결국 가족 때문에 결정했던 해외행이 종국에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셈이다.
정 상무는 "PwC 합병 때 삼일로 오게 된 계기는 삼일에 가면 합병 이후에도 기존 고객들을 계속 맡아서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고객들을 다른 파트너들에게 넘기면서까지 HRS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며 "HRS팀 업무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이고, 기업의 해외주재원 세무정책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의 사업이 점차 글로벌화 되면서 인력을 파견하거나 해외로부터 수급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며 "기업이 해외 주재원의 세무정책을 인사정책의 일환으로 확립해 해외투자국가에서 주재원의 소득세 신고 불이행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세무문제를 최소화하는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국내와 해외에 이중으로 소득세를 납부함으로 인한 기업의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해외투자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최근에는 기업들도 이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삼일의 HRS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가능성 1%라면 충분…감동주기 위해 최선
정 상무는 자신의 장점과 관련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무엇이든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고객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고, 그를 파트너라는 최고의 반열에 올려 놓은 비결이기도 하다.
정 상무는 "성격 상 고민을 많이 하고 그러지는 않으며 내 능력껏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에 결과를 받다들이는 스타일"이라며 "이 같은 성격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토대가 됐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갈수록 기업 환경은 빠르게 변할 것이기 때문에 그 변화에 따라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고객이 평상시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까지 세심하게 미리 생각하면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자세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래야 현재 수행하고 있는 서비스가 차별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에게서 그냥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안 된다"며 "고객에게 감사하다는 말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일에서 그의 현재 위치는 여성회계사로서 최초로 파트너급에 오른 1호 인물. 따라서 그가 써내려 갈 기록은 그대로 '삼일 여성회계사의 역사'가 된다.
이는 앞으로 그가 만들어 갈 행보가 더 주목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연성 상무 약력] ▲1961년 목포 ▲성심여자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Bentley Graduate School of Business 회계학과 ▲1995년 미국공인회계사 자격 취득 ▲1999년 3월 삼일회계법인 입사 ▲조세8팀(HRS팀) 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