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왔다. 회사일 등에 파묻혀 제대로 쉬지 못한 일반인들은 잠시나마 몸과 마음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휴가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최근 국토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교통연구원이 전국 4000가구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가시기와 관련, 7월31일부터 8월6일까지 휴가를 떠나겠다는 응답(46.9%)이 가장 많았다.
휴가지로 가기 위해 이용할 교통수단의 경우 승용차(79.3%)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시외·전세버스(13.1%)나 철도(4.0%)라는 응답들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토부는 지난달 2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를 특별교통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피서지로 가는 차들의 원활한 소통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당국이 제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놓으며 대비를 해도 산과 바다를 향해 한꺼번에 차량이 몰릴 경우 정체를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정체는 휴가비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오가지 못하는 도로에서 에어컨을 켜놓을 경우 눈에 띌 만큼 연료가 줄어드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이럴 때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한 가지 공통적인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왜 이렇게 비쌀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상당히 높다. 지난달 28일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휘발유 가격 비교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전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718원에 이른다.
말 그대로 이는 전국 평균가격이다. 서울의 요지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평균치를 훨씬 상회한다.
석유라는 자원이 전혀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긍이 된다. 그렇지만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도입 비용은 리터당 평균 547.7원, 일본의 원유도입 비용은 리터당 평균 544원(2010년 3월 기준)이다.
그 차이가 3.7원 밖에는 안 된다. 그러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살 때는 각 1691원과 1633원으로 54.3원 더 벌어진다. 격차가 급격하게 커지는 셈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일본 석유제품에는 판매 단계에서 석유석탄세, 휘발유세, 지방도로세, 경유인취세, 소비세가 각각 부과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수입 단계에서 관세와 수입부과금, 석유제품 판매 단계에서 교통·에너지·환경·교육·주행·부가가치세까지 더 많은 세금이 매겨진다.
세금의 종류도 많고, 액수도 많다. 항목별 세금은 관세 16.4원, 부과금 16원, 교통세 529원, 주행세 137.5원, 교육세 79.4원, 부가가치세 153.7원 등이다.
여기에 정제비용·유통마진 등이 더해지면 휘발유 가격이 완성된다.
유류 관련 세금을 제외하면 한국의 휘발유 가격이 일본의 휘발유 가격보다 싸다는 것이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무거운 세금을 내며 휘발유를 소비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무더위에 체온을 더욱 상승시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번 올라간 세금은 내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정부도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세금인하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괜히 열을 낼 필요 없이 정부의 뜻대로(?)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