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변화

최근 청와대가 수석인사를 단행함에 따라 국세청의 수장도 바뀌게 됐다. 

백용호 국세청장이 국세청 수장으로 오기 전, 그리고 재임중, 그리고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내정돼 국세청을 떠난 이때 그를 둘러싼 다양한 예측과 평가가 있었고 현재도 그 평가는 진행중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후임 청장이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지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어떻다고 단언하기는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종전 국세청장들이 연달아 형사 및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국세청의 위상이 흔들릴 때 1년 남짓 큰 탈 없이 조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인사를 할 때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긍정적인 시도들이 있었지만, 바뀐 기준으로 이익을 본 사람과 불이익을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갈릴 수 있을 것이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 승진을 해야 하겠지만 실력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평가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얼마나 세무조사를 통해 세수입을 확보하는지 실적주의 관점에서 평가를 하게 되면 최근 경찰 고문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적주의 폐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직업공무원제도를 자리 보전해주는 쪽으로만 운영하게 되면 소위 사고가 안 터지는 쪽으로 상황을 몰아가며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의 평판에 기대는 경우에도 어떠한 평판인지 결국 기준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국세청도 이러 저러한 고민 속에 여러 차례 인사를 단행했겠지만 새로이 국세청장이 오게 되면 승진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종전 기준은 어떠했고 이제는 어떻게 바뀔지 촉각을 세울 것이다. 

공무원의 인사에 대한 관심은 일반국민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철이 되면 돈이 오간다 그림이 오간다는 말이 떠돌고 예전 그러한 것들이 실제 형사사건화 되기도 했다.

그런데 국세청의 인사가 지금 당장 큰 문제없이 진행했다고 하여 국민들이 국세청이 변했다고 생각할까? 별다른 잡음 없는 인사가 국세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하는 데에는 조금 기여하겠지만 국민들 개개인이 진정 국세청이 변했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국세청장이 바뀔 때마다 따뜻한 세정, 섬기는 세정, 국민이 신뢰하는 선진 일류 국세청 등 구호가 바뀌었는데 이것으로 국민이 국세청을 살갑게 느끼고 국세청으로부터 대접받는 느낌이 들거나 국세청을 믿을 수 있었을까? 

일부에서는 '국세청 고위간부 개인의 배를 따뜻하게 채우고, 국민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섬겼으니 구호대로 되었다'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국세청장이 오면서 해당 기관의 운영방향을 정하고 이를 새로운 구호로 표현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될 국세청장도 또 머리를 싸매고 더 좋은 구호를 제시할 것이고 사실 어떤 구호가 나올지 기대가 되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러한 구호에 따라 과세행정상 납세자는 어떠한 변화를 체험할까?   

사실 법에 정해진 과세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 이상으로 국세청이 해야 될 일이 있을까? 세금을 제대로 안내는 납세자를 찾아내어 세금 추징하는 것은 국세청의 그러한 역할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최근 제약업체 등 세무조사 결과 838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이나,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증빙없이 원가를 허위 계상한 기업'에 1200억원의 세금 추징을 한 것 등이 그 예이다.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거나 정권에 우호적인 기업을 빼주는 순간 국세청의 과세행정은 신뢰를 잃게 된다. 

이미 수차례 그러한 논란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있어 왔고 백용호 국세청장 재임기간 동안의 평가도 현 정부가 바뀐 후 이런 문제에 휩싸이지 않을 때 더욱 긍정적일 수 있다. 

그리고 세무조사와 관련해 납세자가 세무공무원과 유착해 조사 여부나 추징세액에 변화가 있다면 이 역시 국세청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다. 

과거 이러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국세청 자체의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무조사를 받을 때 '어떻게 힘을 쓸 수 없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꾸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납세자 자신이 어떤 경우에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2010년 4월 국세청의 세무행정에 대한 여러 훈령을 공개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3월의 조사사무처리규정의 일부공개보다 더 진일보한 변화이다. 

또한 올해 6월 전면 개선된 세금관련 안내문 및 통지서의 경우는 세부적이고 실질적으로 납세자가 피부로 국세행정의 변화를 느끼는 한 예가 될 것이다.

국세청은 신뢰를 잃을 만한 여러 사건을 겪었지만 이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백용호 국세청장 재임시 이루어졌다. 

국세청의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를 위한 여러 시도가 이루어졌고 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납세자를 의식하면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은 국세청이 계속 변화를 꾀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새 국세청장이 임용되면서 구호는 좀 바뀌겠지만 납세자를 의식한 변화, 그리고 구호와 실제 운영이 맞아 떨어지는 겉과 속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해 본다. 

[약력] 서울대 대학원 석/박사,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지방세지출예산제도 자문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서울시 지방세심의위원회 위원, 동경대 객원연구원,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세무학과 부교수(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