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관련된 이야기가 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일생 동안 모은 돈을 대학에 기부하여 김밥할머니로 유명하신 고(故) 이복순 여사, 기부천사로까지 불리우는 가수 김장훈 씨, 기부도 퀸이라는 김연아 양, 잭팟 당첨금을 기부한 안승필 씨 등 뉴스에서 훈훈한 소식의 주인공을 접하게 된다.
세제의 경우에도 이러한 기부에 대한 지원이라는 차원에서 수차례 법 개정이 있었고 앞으로도 관련 법 개정이 있을 예정이다.
기부라는 것은 내가 가진 재산을 대가 없이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꼭 재산의 일부를 주는 것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고 자원봉사활동, 재능기부와 같은 용역 제공을 하는 것도 기부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부가 대가가 없다고는 하지만 다소의 필요경비 일부 보전, 일부 세금 혜택 등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 기부란 내가 가진 돈을 그냥 어려운 사람에게 주고 마는 것 이상의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위 뉴스에 나온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그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다고 그저 박수만 치고 말거나 아니면 무엇인가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이라고 그 사람들의 선행을 깎아내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경우처럼 종교적인 배경을 갖고 기부를 사회구성원의 의무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경우와 오래전 일본의 경우처럼 기부단체가 할 일은 국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왔던 경우에서 보듯 나라마다 기부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점차 '기부'라는 것이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그만인 단순한 선행이 아닌 사회적 의무화 되고 있다. 왜 기부를 해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기부가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다른 이와 나누어야 할 의무여야 한다면 위 뉴스의 기부이야기들은 액수와 방법은 다르겠지만 남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로 확산되는 동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과세상 혜택은 이러한 기부를 확대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기부와 관련된 세제혜택을 늘리는 소득세법 개정시 기부액수가 늘었다는 우리나라의 실증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리고 기부를 한번 해 본 사람이 기부를 지속적으로 한다는 여러 설문조사 결과를 볼 때 기부를 안해 본 사람을 기부에 이끌어내는 방법이 필요하고, 기부를 권유할 때 세제혜택도 주어진다는 것이 좋은 권유방법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물론 세제혜택이라는 것은 기부한 것 이상의 경제적 이득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 깎아준다는 것이 좋은 일을 하라고 권유만 하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혜택이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부하는데 세제혜택을 왜 주어야 하는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입장에서 보면 기부에 따른 세제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걷을 세금을 다 걷어서 국가가 직접 기부단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종전에 자선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기부단체가 하는 일은 주로 국가가 할 일로 생각해 왔다. 그러다가 1995년 고베 대지진시 사회단체의 자원봉사활동을 보면서 국가가 하는 역할의 한계와 사회단체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나중 공익법인 및 공익신탁제도의 활성화에 대한 법제도 개선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특히 복지분야 개선책의 하나로서 기부활성화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가가 할 일을 기부단체에 떠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국가가 할 수 없는 부분이나 국가보다 더 효율적으로 자선활동을 하는 경우라면 기부단체가 기부를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기부자의 기부재산이 기부단체를 경유하여 경제적 도움 받을 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기부단체가 착복을 하거나 기부자의 의사에 반하여 집행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기부단체에 대한 투명성이 중요하고 실제 투명성을 강조하는 세법 개정이 있었다.
개인이나 법인이 기부를 해야 되는 것이 사회적 의무로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부받은 것을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고 이러한 기부사용내역을 기부했거나 할 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부단체가 해야 할 의무가 되었다.
세제혜택과 관련된 기부단체 중 일부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공익법인결산서류등공시시스템(https://npoinfo.nts.go.kr)을 통해 그 단체의 공시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공시자료가 제대로 해당 정보를 담도록 하는 방안, 담겨진 정보를 토대로 기부단체 및 기부자에 대한 세제혜택의 정도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계속해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기부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의 제도를 참조하면서도 기부에 대해 조금씩 다양한 지원방안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 현행 제도 하에서 어디를 어느 만큼 바꾸어야 하는지는 우리나라의 기부에 대한 현재 모습을 들어다 보는 것에서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국가가 세금을 제대로 걷어 복지분야에 보다 많은 재정지출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기부단체가 국가가 하지 못하거나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복지분야에서 기부단체의 힘을 빌릴 필요도 있다.
국가가 기부단체의 힘을 빌리는 대가로 무엇을 해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기부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출보다는 기부자에 대한 세제혜택과 같은 조세지출을 통해 기부자와 기부단체간 기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부단체가 그 본래의 목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여 기부자에게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단체인지,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경우라도 어느 것이 더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단체인지를 정할 필요가 있다. 기부자는 세제혜택이 더 많이 주어지는 단체로 기부를 정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를 현행 세법에서는 법정기부금, 특례기부금, 지정기부금 등으로 법령차원에서 이미 나누어 차별을 두고 있다.
현행 세법의 경우 실제 소액기부자의 경우에는 위 구분이 세제혜택을 누리는 데에는 차이가 없고 법령을 통해 어떤 기부금에 해당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기부단체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법령에서 선을 그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제혜택을 줄 정도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일정기간마다 평가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고 기부자가 자신이 기부하는 단체가 기부에 대한 세제혜택상 어떠한 세제상 지위에 있는지를 행정상 쉽게 알 수 있도록 법제도 및 행정을 보완한다면 현행 기부금 분류는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세청의 공익법인결산서류등공시시스템에 축적된 자료는 기부금단체에 대한 평가자료로 활용되어야 하고, 그러한 평가결과는 기부자에게 다시금 전달되어야 한다.
[약력] 서울대 대학원 석/박사,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지방세지출예산제도 자문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서울시 지방세심의위원회 위원, 동경대 객원연구원,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세무학과 부교수(現)
박훈
[약력]서울대 대학원 석/박사,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지방세지출예산제도 자문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서울시 지방세심의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