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정권교체. 야심 차게 출발한 이명박 정부도 어느덧 2년의 임기를 보내고 내년이면 집권 3년차에 접어들게 된다.
정권초기부터 설익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국민과의 소통부재로 지지도가 곤두박질 치기도 했던 지난 2년 동안은 수많은 사건사고와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대통령 후보시절 내세웠던 핵심 공약인 '대운하 건설'은 국민들의 들불처럼 번진 반대 목소리에 급히 꼬리를 내렸고, 감세나 규제완화 등 기업친화적인 정책들은 과감하게 밀어붙이기도 했다.
특히 '감세'와 '조세체계정비'라는 두 가지 큰 그림을 갖고 시작한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은 그 방향과 직접적인 수혜계층을 놓고 부자감세냐 아니냐에 대한 뜨거운 논란에 휩쌓였고 그 논란은 지금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 이명박 조세공약 어떤 내용이었나= 이명박 정부의 조세공약은 크게 '감세'와 '조세체계정비'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물론 핵심은 '감세'였다.
당초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을 보면 ▲유류세 10%인하(영업용 택시, 장애인용 차량 LPG세금 면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0%) ▲근로자 소득공제 확대 ▲1세대1주택자 종부세, 양도세 감면 등이었다.
여기에 '골수' 감세론자인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로 추진한 소득세율 인하와 상속·증여세 인하까지 감세정책은 이 정부의 핵심 정책 중의 하나였다.
조세체계 정비의 목적을 가진 공약도 적지 않았다. ▲세목 통폐합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2년) ▲고의적 탈세 가산세율 인상(40%→100%) 등이 대표적이었다.
□ 경제위기와 정치에 갇힌 '감세정책'=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고유가와 고환율,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어닥친 세계 경제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정권 출범 직후 유류세 10%인하를 단행했으나 곧바로 급등한 국제유가 덕분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유류세 인하효과는 거의 없어진 반면, 국가 재정부담만 가중되는 바람에 비판의 대상이 됐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뒤이어 시행한 유류세 환급은 수혜계층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감세정책의 핵심인 법인세·소득세율 인하는 경제위기에 따른 국가 재정건선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당장 시행 첫해에 법인세와 소득세의 경우 고세율 구간의 감세를 1년간 늦추기로 했다.
특히 최근에는 4대강 살리기 등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정부정책들과 맞물려 재정건전성을 위해 정책시행을 향후 몇 년 더 늦추거나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정치논리도 감세정책에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법인세·소득세 인하는 감세의 혜택이 대기업과 부유층에 집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상속 및 증여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부동산 양도소득세 인하 등과 세트로 묶여 '부자감세' 라는 정치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당연히 상속·증여세율 인하 등 직접적인 부자세금의 인하는 정부에서 철판(?)을 깔고 법안은 만들었지만 지금도 국회에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합부동산세의 완화는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을 발판 삼아 사실상 무력화를 완료했으나 종부세 감세 때문에 발생한 지방교부세 부족현상을 메우기 위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라는 새로운 세제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는 시종일관 "세금을 내리면 더 걷힌다"거나 "대기업이나 부자가 세금을 덜 내면 그것이 생산이나 소비로 이어져 결국 저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선순환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이런 정책은 그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그다치 높지 않은게 현실이다.
□ 무기한 연기된 쟁점세목 통폐합=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세목통폐합'을 통해 기존 30개에 달하는 세목 중 목적세를 정비하고 동일세원의 중복과세 체계를 정비, 국세 9개, 지방세 5개 등 총 14개의 세목으로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 놨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가장 복잡한 지방세를 60년 만에 대대적으로 정비, 도축세와 농업소득세를 전격 폐지하는 등 16개 세목을 9개로 통폐합하기로 하는 등 세목 통폐합을 순조롭게 진행해 왔다.
그러나 암초는 목적세 폐지에 있었다. 사용할 목적이 특정돼 있는 세금을 폐지한다는 이유 때문에 관련 세목에 영향을 받고 있는 이익단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던 것.
교육세의 폐지는 교육예산의 영향을 우려한 교육계에서, 농어촌특별세는 농민단체와 그를 등에 업은 국회의원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국회에서 정상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아직까지 법안이 표류했으며, 결국 교통에너지환경세의 폐지를 포함해 목적세 폐지 자체의 논의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당장 목적세 폐지를 3년간 유보하고 이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중이지만 그 때가서 의견이 모아질지는 의문이다.
□ 오락가락하는 조세정책 '정신'= 이명박 정부의 기본적인 조세정책의 정신(精神)은 '감세'다. 다만 최근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논란 등에서 보여지듯 때때로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금을 내리면 더 걷힌다"는 집권 초기 감세논리는 밀려드는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강한 우려에 이미 희석된 지 오래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위한 고육지책으로 담배와 술에 대해 '죄악세'를 도입하겠다는 엉뚱한 발상(?)을 내놓아 부자에게만 세금을 깎아주고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으려 한다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집권 3년차로 접어드는 길목에 선 이명박 정부가 조세정책과 관련해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때에 따라 입장변화를 반복한다면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내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내놓았던 조세공약들의 순조로운 이행도 이행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시간이 지나도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감세로 인해 국가 재정에 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입증도 해내야 한다.
다가오는 2010년이 어느 해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