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T/F 구성‥외부감시기능 도입여부 관건
조직개편 최종안 이르면 내달 말 발표
최근 국세청장 출신들의 연이은 구속에 이어 한상률 국세청장이 그림뇌물 의혹과 부적절한 골프외유로 인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국세청의 조직개편 수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세청 조직개편은 지난해 말 전군표 前국세청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수감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최초로 제기된 문제다.
당시 재정부는 국세청의 기능·조직·인력 등 전반에 대한 조직진단을 통해 국세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5월부터 전문 컨설팅 기관인 BAH(Booz Allen Hamilton)코리아에 용역을 의뢰했다.
BAH코리아는 미국 국세청(IRS)에 대한 조직진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다국적 컨설팅 기관으로, 정부는 이러한 경험이 우리나라 국세청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발전적인 용역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용역을 맡긴 것.
BAH코리아의 용역에는 지방국세청 폐지 및 세무서 조직축소, 별도의 감시위원회 설치 등 국세청 조직에 대한 대대적 개편방안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조직 대수술을 당해야 하는 국세청에서는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위직을 비롯한 조직 전반의 인원축소 우려도 있고, 게다가 외부 감시까지 받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전직 국세청장들의 연이은 구속 수감에 이어 한 청장까지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국세청의 '조직 수호' 의지는 동력을 잃게 됐고, 오히려 조직개편작업이 설득력을 갖고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청와대에 '국세행정 선진화'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용역 결과를 중심으로 국세청 조직개편에 대한 검토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다음 달 말쯤 최종안이 나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 국세청 조직개편 어떤 내용 담기나?= 지난해 9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보고된 국세청 조직진단 용역에는 지방청 폐지와 감시위원회 설치 등 현재의 국세청 조직체계를 뒤흔드는 내용들이 대거 담겨 있다.
현행 서울·중부·대전·대구·광주·부산 등 6개 지방국세청을 폐지해 본청과 세무서만 남기고, 100여개에 이르는 세무서도 일부 축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대신 전자신고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고, 세무서는 납세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의 국세청 감시위원회(IRS Oversight Board)와 같이 국세청을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는 조직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세청 감시위원회는 민간위원들이 국세청의 연간계획, 업무전략, 조직변경계획 등에 대해 심사할 뿐 아니라, 국세청의 예산 및 인사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개편방안이 도입돼 시행되면 국세청 간부급을 비롯한 조직 전반에 대한 인력감소와 외부견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국세청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조직개편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아직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국세청에서 반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그러나 조직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국세청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직개편 힘 받을까?= 재정부가 추진해 온 국세청 조직개편작업은 금융위기와 세제개편 등 현안에 밀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지난해 말 청와대가 직접 T/F를 구성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연이은 국세청장들의 불명예 퇴진을 계기로 국세청의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조직개편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부에서 청와대 주도로 바뀌면서 추진력이 배가될 전망이다.
특히 후임 국세청장에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중용될 경우, 향후 국세청 조직개편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후임 국세청장 인선은 조직개편을 염두에 두게 될 것"이라며 "국세청 내부의 반대가 심한 조직개편을 제대로 하려면 추진력 있는 외부 인사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세청 조직개편작업은 현재 초기 검토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2월말쯤 최종안이 확정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